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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Jan 17. 2020

[영화] 두 교황

'영적 보청기'

'콘클라베(Conclave)'의 장면을 처음 본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다.

콘클라베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진행하는 교황 선출방식이다. 80세 미만 추기경이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수 있다. 즉, 따로 후보를 선발하지 않는다. 그저 투표용지에다가 교황이 됬으면 하는 추기경을 적을 뿐이다.

이 때, 한 사람의 득표율이 3분의 2 이상이어야 교황이 될 수 있다. 콘클라베의 어원이 '열쇠로 잠근다'인 만큼 실제로 비밀리에 진행된다. 결과를 발표하려면 투표 용지를 태워 연기 색깔로 외부에 알린다. 교황이 선출 되었으면 하얀 연기, 아직 교황이 선출 되지 않았으면 검정 연기가 나오도록 말이다. 천주교에서는 이 과정을 '하느님의 선택'이라고 얘기한다.



실화 기반의 넷플릭스 영화 <두 교황>을 통해 콘클라베의 과정을 지켜봤다. 아마 이 영화를 본 99%의 사람들은 콘클라베의 실제 모습은 평생 못 볼 것이다.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시스티나 성당은 적막한 가운데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교황의 이름을 적는 펜 소리만 났다. 경건한 분위기가 성당을 가득 채웠다.


이 영화는 2012-2013년 배경으로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당시 아르헨티나 추기경 베르고글리오(현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베르고글리오는 추기경의 자리에서 내려가기 위해 베네딕토 16세에게 끊임없이 사직서를 제출해낸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답신을 안한다. 급기야 그는 바티칸으로 직접 찾아간다.


둘의 대화를 통해 각자의 깊은 내면을 살펴 볼 수 있다. 베네딕토 16세의 계획 - 교황직을 물러나고자 하는 마음 - 과 베르고글리오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죄책감을 털어놓는다. 가톨릭에서 가장 '신과 가까이 있을 것 같은' 분들 조차 그저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이 되면서 오히려 신의 소리가 잘 안들린다고 고백한다. 그는 '영적 보청기'가 필요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원래 교황직은 평생가져야할 숙명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베네딕토 16세는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만에 처음으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케이스다. 그리고 새롭게 선출된 베르고글리오가 교황이 되어(이례적인 남미 출신 교황)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이 되었다. 굉장히 보수적이었단 베네딕토 16세 때에 비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굉장이 진보적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바티칸 교황청 관료조직의 핵심 보직인 국무원 차관직에 처음으로 여성이 임명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심지어 그는 기혼자라던가 여성을 일부 사제직으로 허용하려고 한다는 소문까지 있다.



가톨릭이 아니라면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 인것 같다. 난 성당을 안다닌지 수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톨릭에 대한 관심은 크다. (가톨릭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에 관심이 크긴 하다 ㅋㅋ) 

나약함과 한계를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나 또한 겸허해진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시스티카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함한 바티칸의 풍경이 조금 덜 나왔다는 점이다. 7여년전, 처음 바티칸에 갔을 때 느꼈던 그 놀라움은 영화에서 굉장히 소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출처

http://maria.catholic.or.kr/dictionary/term/term_view.asp?ctxtIdNum=5167&keyword=&gubu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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