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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rti 아띠 Feb 04. 2020

[영화] 내 사랑

사랑하는 데 이유가 있을까



사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까? 


에단호크와 샐리 호킨스가 주연인 영화 <내 사랑>. 성격이 전혀 다른 두 남녀 에버렛과 모드의 사랑 이야기를 잔잔하게 표현한 실화 영화다. 에버렛은 가난하고 괴팍하면서 내면에 외로움이 가득한 어부다. 모드는 에버렛의 가정부로 들어왔으며 관절염으로 걷기 힘들고 빼빼 말랐다. 이 둘은 오래 붙어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도 가까워지게 된다.


모드는 결혼한 적은 없지만 딸을 낳게 되었고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이모와 친오빠에 의해 딸과 이별해야하는 아픔이 있다(그녀는 딸이 죽은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곳으로 보내졌었다.) 그 아픔을 가슴 한켠 꾹꾹 숨긴 채 그녀의 재능 - 그림 그리기 - 을 에버렛 집에 펼쳐 놓는다. 벽과 창문을 페인트로 모드의 그림으로 채운다. 순수한 자연과 동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모드는 어느 날 에버렛의 고객(잡은 물고기를 갖다 주는)이 보게 된다. 마침 그분은 부자였고 꾸준히 모드의 그림을 사겠다고 한다. 이렇게 모드도 에버렛처럼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모드의 그림은 유명해져서 TV에도 출연하게 된다. 


이렇게 줄거리를 보니 모드의 인생 역전한 스토리 같다. 실제로 원제는 <모드(Maudie)>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내 사랑>으로 번역한 만큼 에버렛과 모드의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따뜻한 말 한마디 잘 표현 못하는 에버렛에게 모드는 사막에 단비와 같은 존재다. 상처를 받아도, 모진 대우를 받아도 꿋꿋히 긍정적이게 살아가는 모드를 보면서 그녀가 에버렛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모드도 마찬가지로 에버렛이 그녀의 삶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에버렛이 없었더라면 모드는 그림을 팔면서 화가로서 유명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남녀는 필연적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면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오래 붙어있어서 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이 같아 보인다. 에버렛을 사랑하기에는 너무 괴팍하며 모드를 사랑하기에 '섹시한' 매력이 조금 없어보인다. 게다가 둘은 공통점 하나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이렇게 사랑에 이유가 없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유를 들면서 구구절절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남들을 설득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인정 받아야만 하는 무의식 속에서는 스스로 사랑을 설득하려는 심리도 포함되어있을 것이다. 아마 충분히 사랑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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