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때문인가. 모든 곳이 적막하다.
내가 매일 가는 전시관도, 매일 타는 지하철도, 자주 가는 식당도, 적막하다.
세상이 너무 고요하다.
며칠 전에는 이어폰 한쪽이 안 들리기 시작했다. 새로 사려다가 그냥 음악 자체를 안 듣고 다니기로 했다.
원래 아무리 바빠도 이어폰을 꼭 끼고 다니면서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듣고 다녔었다.
이제는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내가 선택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인위적인 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지기로 했다.
그리고 내게 찾아온 적막함과 낯섦.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이 분위기는 그저 바이러스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요함 그 자체가 낯설고 두려웠던 것이다.
두려운 이유는 바로 세상이 조용해지니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고요해져야 드러나는 나의 존재. 존재보다 더 깊은 본질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꾸밈없는 어린아이 모습이다. 여태 외면하던 이 아이에게 인사를 하려다 보니 어설프다.
사실상 나 자신을 마주하기가 가장 두려운 일이다. 매일 듣던 팟캐스트 소리나 음악의 선율은 들리지 않는다.
세상의 소리는 적막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나가면서 학생들의 떠드는소리, 차 경적소리, 까마귀 소리, 자전거 굴러가는 소리...
이어폰을 빼보니 선택하지 않은 주변 소리들, 때로는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마저 들어야 한다. 잘 들리는 소리도 있고 거슬리는 소리도 있다. 이는 내 현재 마음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지 않을까?
그런 주변 소리들 사이에 묵직한 침묵이 흐르기도 한다. 마치 거대한 지구 위에 나 홀로 서있는 것처럼. 세상은 내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이 침묵이 더 길고 깊게 느껴진다. 이제는 세상의 소리 대부분은 적막함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선택할 수 없는 주변 소리와 요즘따라 기세를 부리는 고요한 세상의 소리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