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혹시 양산이 있습니까?”
“잠시만요. 바로 가져다 드릴게요.”
로이가 자신을 정원으로 안내한 이에게 양산을 요구했다. 양산을 들고는 파데우스가 앉아 있던 정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파데우스는 파란색 꽃들이 만발한 정원 사이에 쭈그리고 뒤를 돌아 앉아 있다. 더운 날씨에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다. 로이는 양산을 펼쳐 파데우스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그에게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잠깐이라도 이 꽃들을 봐야 밤에 잠이 온다네.”
“예쁜 꽃이네요. 이름이 뭔가요?”
로이의 물음에 파데우스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꽃들을 매만졌다.
“로벨리아. 줄리아나를 떠나보내고, 여기 이렇게 꽃을 심었지.”
“로벨리아…… 당신 딸아이의 눈동자와 닮았네요.”
파데우스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로이는 양산으로 파데우스를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으로부터 보호하고 서있었다. 파데우스가 굽힌 무릎을 피며 돌아섰다.
“자네가 후원해준 덕분에 알비노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좋은 출발을 시작했네. 그들도 곧 사회에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걸세. 요즘 탄자니아에서도 알비노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어. 좋은 징조야.”
“당신이 있어서 가능한 일들이에요. 파데우스.”
로이가 미소를 지었다. 파데우스는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그만 들어가세. 줄게 있네.”
파데우스는 서둘러 정원을 가로질렀다. 로이가 그 뒤를 따랐다. 실내에 들어온 파데우스는 모자를 벗었다. 금 빛 머리칼이 반짝였다. 로이를 정원으로 안내했던 이가 이제는 양산 대신 작은 화분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파데우스는 그것을 보고는 로이에게 말했다.
“자네한테 선물하려고 준비했어. 화분 색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흰색으로 골랐네.”
파데우스의 말에 로이를 정원으로 안내했던 이가 순백 화분의 로벨리아를 로이에게 건넸다.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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