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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살리아 Nov 12. 2017

#21. 불면증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카일.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제이슨은 어두운 거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때, 카리스마 엄청났었는데…… 저는 정식 요원 명단에 이름이 누락될까 전전긍긍했던 애송이였고요. 결국 그날 이후 원하던 요원이 되지 못하고 다음날 퇴출당하는 절 보고, 제 룸메이트가 엄청 울었거든요.”


“그 친구는 명단에 들었나?”


카일이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눈을 감고 말했다.


“아니요. 일 년 뒤에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푸드 트럭하고 있더라고요. 그 친구가 다른 건 몰라도 요리에는 소질이 있었거든요.”


“자기 적성에 맞는 걸, 잘 찾아갔네.”


“그러게요.”


“넌? 내가 적성에 맞는걸 잘 찾아 준거 같긴 한데……”


“하하. 카일은 구세주시죠. 근데 그때 왜 저한테 그런 제안을 하신 거죠? 절 뭘 믿고요? 제가 거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


카일이 소파 바깥쪽으로 몸을 돌아 누었다. 천천히 감았던 눈을 뗐다.


“내 불면증을 치료해 줄거라 생각했지.”




“아직 별을 보기엔 일러. 달이 너무 밝아.”


사하라 사막 모래 언덕 위에 몸을 뉘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제이슨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누워있던 곳보다 더 높은 언덕 위에 누군가가 다리를 꼬고 누워있는 듯 보였다. 맨발로 모래 언덕을 밟고 낯선 이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여긴 보이는 것보다 멀어. 어느 세월에 걸어올 건가.”


또다시 그 낯선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제이슨이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다리를 꼬고 누워있던 남자는 천천히 다리를 풀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제이슨은 눈을 찌푸려 남자를 보았다. 그의 시력은 청력만큼 특출하진 못했다.


“2달 전에 봤을 때 보다 살이 더 빠졌구만. 사막에서 먹는 밥이 입맛에 잘 않맞았나?”


“카일?”


제이슨은 그제야 카일의 굵고 낮은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카일이 있는 곳 가까이로 잽싸게 이동했다.


“멀리서 보니까, 비실대면서 올라오는게 난 또 트래블을 까먹었나 했네.”

 

“정말 2달 뒤에 다시 저를 찾아왔네요!”


2달 전 밀폐된 공간에 그들이 처음 마주한 날, 정확히 5분이 지난 뒤에 카일의 여자 후배가 되돌아왔다. 카일은 꺼트린 카메라 때문에 후배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제이슨과의 몸싸움을 벌이던 그는 방안을 나서며 큰소리로 그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카일의 과한 행동은 짜여진 각본이었을 뿐이다. 여자가 방 안으로 돌아오기 전 카일은 제이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의 시나리오대로 라면 제이슨은 원하는 정식 요원이 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이 방을 나가는 순간 제이슨은 정식 요원 명단에 누락이 되고, 징계위원회가 열다. 지난 사건을 몇 차례 되새겨야 할 것이고, 결국 그의 잘못을 추궁한 뒤, 퇴출당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24시간 안에 이뤄질 것이다. 제이슨의 기록은 영구적으로 남아 다시 정식 요원이 되기 위한 길은 영원히 막혀버린다. 그는 이제 평범한 트래블러의 삶을 살게 되는 거다. 비 트래블러들의 무리에 섞여, 그들과 동화되어 사는 것이다. 원한다면 트래블을 할 수 있지만 본부의 관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삶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히든 요원이 되어 카일과 함께 사건에 중심으로 들어갈 것인가.


“당신 말대로 그날 방에서부터 퇴출당하기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그럼, 매뉴얼이 아주 정확하게 따악 딱, 아주 빈틈없는 놈들이야.”


“여긴 어떻게 알고 오신 거예요?”


“네 룸메이트가 방을 정리하다가 네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전해주더라고.”


카일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니, 액정화면에 사막의 밤하늘에 별을 담은 사진이 나타났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여길 찾아온 게 더 용한데요?”


“네가 놀라운 청력을 가진 만큼 나도 출중한 공간지각 능력을 가졌다고나 할까.”


카일이 너스레를 떨며 두 팔을 휘휘 저어 보였다. 제이슨의 룸메이트로부터 모로코와 알제리, 국경지대의 사하라 사막에 대해 평소에 제이슨이 자주 언급했었다고 전해 들은 얘기는 따로 하지 않았다. 카일의 행동에 제이슨이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카일은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가 들고있던 제이슨의 핸드폰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며 물었다.


“좋아 보이네. 그래, 2달간 내가 제안한 것은 잘 생각해 보았나?”


제이슨은 고개를 젖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달빛이 가려지자 밤하늘의 별천지가 펼쳐졌다. 그를 따라 카일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빼곡하게 빛나고 있다.


“물론이에요. 아주 충분히 생각했죠. 여기 이 밤하늘, 별의 개수만큼이요.”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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