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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살리아 Nov 12. 2017

#22. 과거에서 온 오웬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오늘이 널 보러 오는 마지막일 거야. 에지가 싫어하니까, 이제 미래로 와보는 건 그만 하려고.”


오웬은 자연스럽게 프레임 위에 진열되어있는 위스키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뭐야? 그 표정은?”


과거에서 온 오웬을 거실에서 맞닥 드린 로이는 당황했다. 순간 오 날짜를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내가 방금 2017년도 11월 12일에 다녀오는 길이야. 그게 마지막으로 미래의 널 본 날이야.’


로이는 3년 전 오웬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오웬은 미래의 로이를 보고 왔다는 얘길 했었다. 그리고 오늘이 11월 12일, 바로 그날이다. 오웬의 말대로라면 이제 과거의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다.


“수건은 왜 들고 있어?”


오웬이 물었다. 수건과 따뜻한 차를 에지에게 가져가던 중이었던 로이는 불안하게 맞은편 방 문을 보았다. 그의 어색한 행동에 오웬의 시선도 함께 움직였다.


“방에 누가 와있어?”


“어? 아……아니, 아니. 샤워하고 나오는 중이야. 방금. 내가.”


로이는 들고 있던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비벼댔다. 그리고는 차를 앞으로 한 번 들어 보인 뒤, 입에 가져갔다.


“요즘 샤워하고 나서 마시는 보이차가 그렇게 좋더라고.”


“뭐야. 그새 취향이 바뀌었어? 무슨 야밤에 보이차야. 이리 와서 같이 술이나 한 잔 하자. 이별 주는 마셔야지.”


소파에 앉는 오웬을 보고 로이는 불안한 듯 다시 에지가 있던 방문을 힐끔 보았다. 그녀가 거실 밖으로 나오지 않길 바라며, 오웬 옆으로 가서 앉았다.


“뭐지. 뭔가 좀 수상한데?”


“뭔 소리야. 술이나 쳐마시고 빨리 네 시간대로 돌아가.”


“오늘 보니까 너 좀 늙은 거 같다. 살도 빠진 거 같고. 핼쑥한데 아주, 지금!”


로이는 오웬이 따른 술잔에 든 술을 빠르게 마셨다. 그의 속도에 술병에 든 술은 빠르게 줄어들어갔다. 그는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에지를 방 안에 혼자 너무 오래 둔 건 아닌가 불안해져 갔다.




‘오웬. 오랜만이다. 내 눈 앞에 있는 넌 아닐 테지만, 난 2년 만에 널 보는 거야. 보고 싶었다.’


로이는 옆에 앉은 오웬을 곁눈질했다. 로이의 침울한 표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그걸 느낀 오웬은 모르는 척, 마지막 술잔을 채웠다. 미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잘 아는 그다.


“아. 이것만 마시고 그만 가봐야겠다.”


오웬은 위스키 한 병에 남은 술을 자신의 잔에 털었다. 그들이 소파에 앉고 나서, 시계의 분침이 반 바퀴를 돌고 있었다.

 

“이별의 막 잔 가자! 친구야!”


오웬이 잔을 높이 들었다. 로이는 굳은 표정으로 잔을 들어 부딪혔다. 목구멍으로 마지막을 털어 넣는 오웬을 지켜보던 로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 아니야. 오웬.”


“응?”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로이는 에지가 있는 방문을 한 번 다시 쳐다본 뒤, 오웬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목구멍까지 넘어온 그 말을 애써 참고 있었으나, 마지막으로 넘어가던 위스키 한 잔이 그의 절제력을 무너뜨렸다.


“넌 다시 미래를 보고 올 거야. 끔찍한 걸 목격하게 될 거야.”




당신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이야기

트래블러: 죽음에는 차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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