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S는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끝내 괌 특산물이라는 구찌에서 카드 지갑을 하나 구매했다. 처음 사보는 카드 지갑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한국 백화점 가격 대비 30 ~ 40% 정도 저렴하다. 괌 국제공항 면세점에는 로에베 (LOEWE) 세일을 하고 있었다. K는 스무 살부터 쓰던 너덜너덜한 지갑을 드디어 바꿀 결심을 하였다. 그녀는 또 15년은 거뜬하게 쓸 것 같은 지갑을 구매했다. S와 K는 흡족해했다.
"넌 아무것도 안 사?" "난 필요한 게 없어."
나는 그냥 웃어 보였다. 나는 내가 필요했던 건 이번 여행 그 자체였다는 것을 알았다. 편안한 친구들, 유쾌한 대화, 맛있는 음식, 부지런한 휴식, 그리고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여유, 가족을 용서할 결심, 나 자신과 화해할 용기. 나는 이미 많은 걸 얻었다.
'GUAM'이라는 이름은 본래 괌 원주민인 차모로인들이 사용하는 ‘guahan’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휩쓸려 나간 것만 같았던 나에게 괌 여행은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가족, 친구, 직업, 여유, 즐거움... 사실상 한 때 사랑이라고 믿었던 알량한 것 빼고는 전부다 내 것이었다! 여전히 나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고, 비록 가지지 못한 것들이 있을 지언 정 여전히 행복할 수 있었다. 다음 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필요하다면 어디로든 여행을 한 번 떠나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