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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아 Aug 01. 2023

다들 기념품 주기 싫은 사람 한둘쯤은 있잖아

「괌 여행기-Ep.10」 기념품 쇼핑

한국에 돌아가기 전 날, 친구들과 기념품 쇼핑을 하기 위해 ABC 마트와 K-마트에 방문했다. 괌 기념품으로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영양제, 임산부 소화제 Tums, 마카다미아, 마그넷, 코코넛 오일, SPF100 이상의 바나나보트 선크림 등등이다. 마트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면세점에서 사면 1.5~2배 정도 비싸니 꼭 시내에서 구매할 것.


사실 나는 기념품 사기가 싫었다. 원래도 자질구레한 것 사는 걸 즐기지 않는 편이고 이걸 살까 저걸 살까 고민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심지어 쇼핑과 다르 '기념품' 가족에게 줄 것, 직장 동료에게 줄 것 등등 남을 위해 사는 경우가 더 많아서 고민이 더 많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 기념품 살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가족은 그다 치고 직장 동료에게는 왜 선물을 줘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회사마다 팀마다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우리 팀은 휴가 다녀오면 꼭 념품을 돌리는 관습이 있다. 휴가 간 동안에 일을 부탁한 동료에게 고맙다며 주는 거라면 몰라도 업무적으로 관계도 없는 팀원의 몫까지 챙기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대단히 귀고 값비싼 기념품을 사는 건 아니지만 팀원이 스무 명인 것이 은근 부담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스무 명이나 있다 보니 아리 싼 선물이라도 주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한두 명 있다는 것이 기념품을 사기 싫은 결정적 이유이다. 사회성 없어 보인다고? 싫은 사람은 어떻 해도 싫더라. 안 맞는 사람과 맞추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정신 건강에 이롭다는 걸 직장 생활 n 년 차에 터득했다.  


살까 말까 고민 끝에 마카다미아 그냥 초콜릿 몇 박스를 구매했다. 괌 기념품으로써 마카다미아 초콜릿은 여러 가지로 매우 적절한 선택이다. 우선, 휴양지 분위기의 포장재 덕분에 괌 느낌이 물씬 나고, 보통 몇 박스 묶음으로 팔기 때문에 개수 대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지거나 망가질 걱정 없이 캐리어에 넣거나 들고 갈 수 있다는 점까지 완벽한 기념품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꼴 보기 싫은 인간들에게 고민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더 할애하느니 차라리 사버리기로 하고 나니 마음은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가족 선물을 고르기는 쉬웠다. 아빠는 이걸 좋아하시지, 엄마는 이걸 좋아하시지, 하며 금방 고를 수 있었다. 고르는 건 문제가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드려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난 몇 달간 파혼의 탓을 꿎은 부모님 탓으로 돌리며 말 한마디 나누고 있지 않았었는데 어떤 말부터 꺼내놓으며 기념품을 드려야 할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우리 부모님을 탓했을 지언 정, 그건 그의 자격지심이 양분이었지 우리 부모님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전후사정을 모르는 부모님이 파혼의 탓을 나에게 돌리고 나를 비난하는 것이 억울하긴 했어도 말하지 않는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지 그분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제부턴가는 정말 부모님이 미워서라기보다는 어떻게 말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계속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인 n년차가 되지 맞지 않는 사람과는 굳이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로 둘 수 있는 용기가 있는데, 딸로 살아온 34년 차가 되어도 가족에게는 아직도 늘 어렵다. 가족이라서 더 이해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가족이라서 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발견된다. 기념품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해 주는 마카다미아 초콜릿처럼, 사실은 별로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매듭이려나.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괌 잘 다녀왔어요, 괌 재밌었어요, 괌에서 이런 거 사 왔어요, 하면서 풀어내면 그분들은 당연한 듯  잘 다녀왔구나 내 딸아, 하면서 반겨주실까. 당연하게 풀릴 매듭 같다가도 막상 풀려고 손을 가져다 대면 어떻게 묶여있는지 모르겠어서 주춤거리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싫은 사람에게 주는 초콜릿보다 쉬운 일이 없다. 그건 심지어 용기가 필요한 일도 아니잖아? 한국에 돌아가면 싫은 사람에게는 초콜릿을 주고 부모님에게 기념품을 드려야지.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상처 주고 비난하고 외롭게 만들었던 그분들에게. 그리고 나도 이제 그만 부모님을 내 마음속에서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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