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말에 빵을 굽는다. 잘하지도 못하고 잘할 생각도 없다. 나의 모든 활동 중에 가장 욕심 없는 시간이다.욕심이 없으니 마음이 자유롭다.
오늘은 소금빵을 만들어 보기로 한다.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대로 계량을 하고 섞는다. 집에 있는 오래된 저울은 숫자가 오락가락 바뀌지만 상관없다. 대애충 넣고 숟가락으로 휘휘 젓다보면 그럭저럭 반죽같아진다. 이스트를 넣을 때 물 온도만 적당히 맞춰주면 어떻게든 된다. 그리고 발효를 하는 동안은 설거지를 하거나 낮잠을 잔다.
발효하고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제일 재미있다.
일단 이스트가 죽지만 않았다면 반죽이 토실하게 부풀어 오른다. 발효가 된 반죽은 쫀득하다.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놓고 토옹-토옹-반죽을 손바닥 끝으로 때리면 아기 엉덩이 마냥 찰지게 흔들린다. 아직은 밀가루 덩이 같던 반죽이지만 발효를 몇 번 반복하고 밀대로 길게 밀어 버터를 한 조각 넣고 돌돌 말아 올리면 꽤나 소금빵스러운 모양새가 된다. 마지막 발효를 하는 동안 오븐을 예열해 놓았다가 구워내면 끝!
파는 것 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맛은 좋은 소금빵 완성
너무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다. 예쁘게 잘 만들어진 빵은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망친 빵은 내가 먹는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다 보니 솔직히 내가 먹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실패의 모양도 여러 가지이다. 그날의 온도, 습도, 나의 기분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망한다. 어쩔 수 없지.배운 적도 없으면서 가게에서 파는 것처럼 잘한다면 당장 직업을 바꿔야 할 뻔했는데. 다시금 안온한 나의 삶에 안도를.
나에게 베이킹은 뭐든 잘할 수는 없고, 뭐든 잘할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해주는 과정이다. 매번 결과물에는 기복이 많지만, 신기하게도 빵 굽는 냄새만큼은 항상 맛있게 집 안을 채운다. 그리고 짙게 남은 빵 냄새는 하루 종일 나를 행복하게 한다. 결과만 평가받는 세상에서 과정의 흔적이 만족감을 주는 이 시간이 좋다. 실패하면 뭐 어때. 결과물은 먹어버리면 끝이지만 반죽은 귀엽고 냄새는 근사하잖아. 그거면 충분하지.
가끔은 이렇게 결과보다 과정의 기쁨을 찾으려고 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이렇게 즐거운 사부작거림과 충만한 빵 냄새가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