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 주, S사로부터 코딩 테스트 합격 안내를 받았다. 코딩 테스트를 응시한 지 1달이 넘게 지나고 그 사이에 다른 기업들의 채용 전형을 준비하다 보니, 마음 졸이며 기다리기보다는 자연스레 잊고 있었다. 우선 코딩 테스트에 합격하고, 최종 면접의 기회까지 부여받은 것이 기뻤다. 첫 대면 면접이자 최종 면접인 만큼, 예상 질문들을 추려보며 말하는 연습을 해볼 생각이었다.
S사에 최근 합격해 일하고 있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접 조언을 구했다. 먼저 친구 O에게 연락을 했는데, 그는 대학생 때 S사 연구소에서 나와 함께 인턴을 하고, 그 후에 바로 채용 절차에 지원해 입사했다.
'나 다음 주에 S사 연구소로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어. 면접을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
'면접까지 오게 된 거 축하해. 내가 면접 준비했던 것과 후기를 모두 보내줄게.'
그는 면접 준비를 하며 예상 질문을 추렸던 것, 그리고 실제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을 복기한 것을 나에게 모두 보내주었다. 나에게 면접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준 것이 고마웠고, 내가 지원한 연구소에서 최근에 면접을 본 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친구인 만큼, 실제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냥 받기에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적은 것을 보내주어서, 기프티콘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S사의 복장은 아무래도 정장을 입어야겠지?'
'응. 거기는 다들 정장을 입고 왔어. 넥타이 없는 정장 정도로 다들 입고 오는 분위기야.'
S사의 다른 사업부에서 일하는 친구 역시 비슷한 답변을 해주었다.
'S사는 정장을 입는 게 암묵적인 규칙 같더라고. 나는 흰 셔츠만 입고 갔는데, 윗옷을 나만 안 입고 와서 당황했었어.'
S사에서 일한 지 1년이 넘어가는 학창 시절 친구 S와는 직접 만나서 면접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S.H, 면접까지 된 거 일단 축하해. 그런데 너는 학창 시절에도 공부 잘했으니까, 면접 전에 떨어지는 게 잘 상상이 안 되긴 한다, 하하."
그는 그의 면접 후기를 자세히 들려주었고, 또 지나간 서류 전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가 미처 꼼꼼히 준비를 못 한 것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면접 발표 자료를 서류 때 제출해야 했던데, 그때는 이게 발표용으로 쓰이는 자료인 줄 모르고 나는 줄글로 적어서 냈는데.. 이거 괜찮을까?"
"아 그래? 그거 나에게 물어보지 그랬어! 나는 발표 자료로 만들어서 제출하긴 했는데, 막상 가니까 나는 발표를 안 시키더라고. 아마 시기마다, 사업부마다 조금씩 다를 거라서 잘은 모르겠지만, 가서 발표로 잘 전달해야겠네."
대면 면접의 일부로서 짧은 PT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서류 제출 시에는 면접 시에 활용되는 자료라고만 안내가 되어 있어서 나의 연구 분야와 내용을 줄글로 적어서 제출했던 것이다. 또한, 나는 수상 경력을 비워서 제출했는데, S는 모 국가장학금 수혜 내역을 증명서와 함께 제출했다고 했다.
"장학금도 수상 경력에 포함되는 거야?"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증명서가 나오잖아. 서류에 안 썼어?"
"응. 나는 수상 경력이 아닌 줄 알고 쓸 생각조차 못 했네."
"아, 이것도 너무 아쉽다. 나에게 물어보지 그랬어. 좋은 재료들이 많으니 그걸 더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마침 나도 S와 같은 모 국가장학금을 수혜하며 학교를 다닌 지라, 서류에서 어필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지나간 걸 굳이 후회할 필요는 없고, 원하는 회사에 하나도 못 붙는 상상을 지금 할 필요는 절대 없지만,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다음에는 서류 전형부터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어필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조금 더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 면접 잘 보고 와라. 회사 붙으면 회사 메신저로 인사할게, 하하!"
R사의 비대면 면접에는 3명이 들어왔다. 높으신 위치의 한 분, A팀 (A 포지션 담당 팀), B팀 (B 포지션 담당 팀)을 리딩하는 엔지니어가 각각 1명씩 참석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우리가 당신의 서류를 검토한 결과, 처음 지원한 A팀 외에도 핏이 맞을 것 같은 B팀에서도 같이 검토해보기로 했어요. 저와 더불어 각 팀을 리드하시는 여기 두 분이 매의 눈으로 당신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하하."
높으신 분은 젠틀하면서도 명료하게 말을 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지원자 입장에서 면접관 인상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는 나의 서류에서 관심 있게 본 프로젝트들을 두 개 언급하며,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높으신 분을 포함해 A팀 리더, B팀 리더 분이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했다. 질문의 디테일 및 깊이로 보아 그들은 짧은 시간에도 프로젝트 내용의 핵심을 잘 이해한 듯했다. 나의 전달 능력이 괜찮았을 수도 있고, 그들의 핵심 파악 능력이 좋았을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회사에 대한 첫 인상을 좋게 보게 되었다.
그렇게 프로젝트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약 40분간 진행한 뒤, 높으신 분은 분위기를 풀면서 마무리를 하려는 듯했다.
"음, 우리 회사는 왜 지원했나요?"
그는 은근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과 함께 차분한 중저음의 톤, 그렇지만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어투로 질문을 건넸다.
"저는 ~~와 같은 커리어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는 ~~의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역량을 갖추며 성장하기에는 ~~를 하는 회사가 매우 유리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음 그래요. 그런데, ~~를 하는 회사는 국내에 몇 군데 더 있지 않나요? 하하하."
역시 은근한 웃음과 함께 농담의 의도 역시 조금 풍기는 듯했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아주 가볍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말이었다. 나머지 팀 리더 두 분도 은은한 미소를 띠며 웃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몇 군데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음..."
나는 답변을 얼버무렸다. 이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진심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고, 준비도 된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이 업계 내의 여러 회사 중에서 왜 하필 R사인지에 대해서는 실제로도 뚜렷한 이유가 부족했고, 준비도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비대면 면접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친한 친구 L.J에게 이를 털어놓으니, 그는 자신감을 가지고 회사에 대한 어필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해주었다.
"~~를 하는 회사들은 몇 군데 더 있지만, 그 중에서 왜 하필 R사를 지원해서 가고 싶은지를 좀 더 어필해야 하지 않겠어? 예를 들어 최근 출시한 제품을 언급했다거나 이런 걸 찾아보고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
면접도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곧 있을 F사와의 비대면 면접에서는 이 부분을 조금 더 준비해 어필하고자 했다.
F사의 비대면 면접에는 C팀, D팀의 엔지니어들이 모두 참석했다. 팀의 리더 외에는 본인 카메라 화면을 꺼두기는 했지만, 참여자 수를 보니 내 발표를 듣는 사람이 10명은 넘어 보였다.
"저희 오늘 실시간 참석이 어려우신 엔지니어들이 있어서, 혹시 비대면 면접 내용 모두 녹화해서 저희 팀에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채용을 하고자 하는 팀의 모든 엔지니어가 후보자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아마도 F사의 암묵적인 규칙인 듯했다. 비대면 면접에서는 프로젝트 내용을 담은 발표를 약 40분간 진행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즉석 질의응답을 포함해 약 1시간 30분 정도의 면접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차근차근 프로젝트 내용을 발표했고, 중간에 질문이 있으면 자유롭게 면접관들이 질문을 했다. F사 역시 현직 팀 리더 분들이 참석하여 면접을 이끌다 보니, 질문이 모두 핵심을 꿰뚫거나 디테일을 이해하고 있는 질문들이었다. R사와 마찬가지로 이런 부분이 내게는 좋은 인상을 주었다.
발표 마지막에는 R사와의 비대면 면접에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셀프 피드백을 바탕으로, F사에 왜 합류하고 싶은지를 조금 더 강하게 어필하는 내용을 담았다.
"F사는 최근 ~~ 제품을 출시했고, ~~ 고객사 역시 확보하였습니다. 이는 F사가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 커리어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 F사에서 ~~ 포지션으로 일을 하며 성장하고, 또 회사의 성장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품명과 고객사 내용을 언급할 때 팀 리더 중 한 분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았다. 사실 R사, F사 모두 현직 엔지니어들이 다수 참석한 기술 면접이기에, 이런 멘트가 합불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회사에 지원하는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관심을 부담스럽지 않은 깊이로 적절히 발표에 녹여내는 것이 분명히 조그만 플러스는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면접관의 입장이어도 비슷한 역량을 갖춘 지원자가 동시에 같은 포지션으로 지원했다면, 회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 있는 사람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갈 것 같았다.
예정된 1시간 30분이 조금 넘어서 비대면 면접이 종료되었다. 질의응답 형태의 논의가 적극적으로, 또 깊이 있게 오갔고, 특히 회사에 대한 어필 역시 발표 말미에 녹여냈기 때문에, 발표 준비 및 면접은 크게 후회가 남지 않았다.
R사는 비대면 면접을 진행한 지 일주일이 안 되어 결과를 알려주었다.
'2차 전형 합격입니다. 3차 전형은 대면 기술 면접입니다. 아래 두 날짜 중 하나를 선택하시고, OO에 위치한 본사에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R사는 신속하고 명확한 채용 절차 진행이 마음에 들었다. F사도 느린 편은 아닌데, R사는 진행이 유독 신속한 느낌이었다. 메일로 안내하는 내용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지원자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어투와 내용이었다.
대면 면접은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2개에 대해 45분간 발표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질의응답을 포함하여 약 1시간 30분 정도 예정되어 있었다. 진행 내용이나 예상 시간으로 보면 F사의 비대면 면접과 유사한 형태였고, 다만 대면으로 직접 진행한다는 것이 주요 차이점이었다. 최종 면접은 HR 팀과의 면접이라고 하니, 이번 대면 기술 면접이 가장 깊이 있고, 진행되는 시간도 길며, 아마도 실질적으로 최종 합불을 결정지을 전형이 될 것 같았다.
L사의 비대면 면접 때 30분 발표 분량으로 준비해둔 자료를, F사의 비대면 면접에 이어서 세 번째로 사용하게 되었다. 한 번 발표 자료를 만들어 놓으니, 큰 틀에서는 그것을 기반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기본 내용은 유지하되, R사의 A팀, B팀이 중점적으로 요구할 것 같은 역량을 염두에 두고, 관련도가 높은 내용의 비중을 높여 자료를 보강하였다. 발표 역시 시간을 재며 연습을 몇 번 반복하였고, 예상되는 질문도 추려보았다.
며칠 뒤면 S사와의 최종 대면 면접인데, 그 다음 주에는 R사에 방문하여 대면 면접을 진행하기로 일정이 잡혔다. 11월은 대면 면접의 연속이 되는 듯했다. 이제 서류 전형, 코딩 테스트나 인적성 시험 같은 시험 전형은 모두 지나가고, 최종 합불을 결정지을 대면 면접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회사도 처음 목표했던 6개 중에 4개로 추려지게 되었다. 쌀쌀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다가 매서운 겨울 추위가 한 번씩 불규칙하게 찾아오고 있는 요즘, 초가을에 시작했던 나의 하반기 취업 준비 여정도 이제 절반을 넘어 슬슬 막바지로 향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S사: 총 3차 전형 중 2차 코딩 테스트 합격
H사: 총 3차 전형 중 2차 인적성 및 비대면 면접 응시 완료
R사: 총 4차 전형 중 2차 비대면 기술 면접 합격
F사: 총 3차 전형 중 2차 비대면 면접 응시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