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
마음의 병을 얻은 나오코가 현실 세계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3월, 4월, 5월 그 찬란한 봄을, 사랑이 미어터지는 거리를, 와타나베는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방황한다.
술을 들이붓는다.
모르는 여자들과 계속해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래도 그리움과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는다.
와타나베는 독립심이 강한 인간이고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책임을 지려는 단단한 인간이다. 그러나 미도리의 연락을 받지 못하고 초조함을 느끼면서, 결국 나오코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세상 모든 일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구나, 이 외로움-괴로움을 내가 벗어나고 싶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흘러가는 것을 흘러가도록 두면서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쉬움, 고통,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이 어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끝없는 외로움과 방황, 그 와중에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욕망,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젊음'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과 방황에서 결코 도망칠 수가 없고, 욕망이 내 머릿속에서, 몸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젊음이라는 것이 나를 붙잡아 고통을 준다. 사무치게 한다. 그래도 그것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쉽다.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다.
결국 나오코가 자살을 하고 나서 와타나베는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든 죽은 그 사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걸어온다. 과연 상실의 아픔이라는 것이 자주 경험한다고 해서 마스터할 수 있는 감정일까. 그때그때 어떻게 하면 마음이 나아질지 임기응변식으로 배우는 것은 있겠지만 나를 무너뜨리는 슬픔이 또다시 다가온다면 다리 풀리고 멍해져서 그것한테 또 쉽고 무기력하게 당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슬픔의 바다에 푹 빠져버리니 익사할 것 같다. 바다가 나를 삼키는 것인지 내가 굳이 허우적거리며 그 속에서 머무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 그만 나와야 한다.
와타나베는 스무 살의 삶을 지나가고 있고 나는 그것보다 조금 더 많이 지나왔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꼴이 스무 살의 이 사람과 내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삶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을 쭉 세워놓고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비교되고 내 삶에서 부족한 부분을 끝없이 지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비교는 해로운 것이고 오직 어제의 나와만 비교하여 더 나아지기를 바라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서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20대 때 놓친 것들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내 또래들이 어떻게 사는지 봤어야 했다. 대충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푹 빠져서 살았어야 했다. 미친척하고 뛰어들었어야 했다. 책을 읽으며 후회가 너무나도 밀려왔다. 너무나도.
앞으로 시작되는 삶도 지나고 돌아보면 후회가 많겠지, 후회투성이겠지.
솔직한 것과 솔직하지 않은 것 중 후회되지 않는 것은 솔직한 것
도전한 것과 도전하지 않은 것 중 후회되지 않는 것은 도전한 것
바꾼 것과 유지한 것 중에서 후회되지 않는 것은
바꾼 것
앞으로의 남은 삶은 솔직하고 도전하고 바꾸면서 살아가자. 후회남지 않도록, 아니 덜 남도록. 후회보다도 '그때 그건 잘한 결정이었어' 하고 위안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어디에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