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지 않는다.

by 천천히바람

공격과 치유는 둘 다 공명 현상이다. 어떤 에너지를 보내는가에 따라 동일한 에너지가 돌아온다. 세상은 산이다. 당신이 말하는 것마다 당신에게로 메아리쳐 돌아올 것이다. '나는 멋지게 노래했는데 산이 괴상한 목소리로 메아리쳤어.'라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불가능하다.


유대교 신비주의 종파인 하시디즘의 현인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이 세상에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과 언젠가는 다시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이다. 모두 죽어서 영혼 상태가 된 그들은 하늘의 풀밭 어딘가에 둥글게 원을 그리고 앉아, 살면서 자신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회상한다. 그런데 이때 지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고 한다. 이렇게 언젠가는 모두가 죽을 운명인데 그것을 잊고 사소한 일에 흥분하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싸우고 집착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세상에서의 삶을 돌아보며 다들 한바탕 웃는다고 한다.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




나는 멋지게 노래했는데 괴상한 목소리로 되돌아온 적도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사람 보는 안목이 없어 사람에게 뒤통수 맞은 것이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무지한 내가 알지 못하여 신나게 마음을 주고 화답송을 기대했을 것이다. 끝난 인연에 대한 상처를 굳이 정리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서로 노래하는 목소리가 달랐고 듣고 싶은 노래도 달랐을 것이다.


세월은 사람을 걸러주었다. 상대의 잘못에도 나 자신을 의심하며 이어왔던 인연의 끈이 서서히 풀려 어느 순간 별 일 아닌 일에 툭 끊어졌다. 별 일 아닌 일이 모여 결국은 별 일이 되어버렸다. 각자의 이야기와 변명이 있겠지만 사과와 진정성이 없는 관계의 이어짐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정리된 인연으로 나는 더 건강하게 나의 길을 갈 것이다. 상처와 함께 곪아갈 필요는 없다. 깨끗이 치료하고 그 자리에 새 살이 돋아나게 해야 정상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을 잊는 것에는.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날개를 펼쳐 노년과 성숙과 고요함을 향해 앞으로 날아가야 한다.


모든 사람은 땅 위에 혼자다,

햇살에 붙들린 채로.

그리고 벌써 저녁이다!


- 살바토르 콰시모 -


인생이 오후를 지나 저녁을 향해 가고 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살 시간은 지났다. 어릴 적 아버지가 편찮으셨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아버지는 너무나 말라 무엇을 해달라고 응석을 부리거나 심부름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가여운 아버지를 위해 어린 나는 슬픔을 숨기고 씩씩한 척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말 씩씩한 줄 알았다. 위로받기 전에 위로하는 법을 먼저 알았다.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뭔가 해달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 떼를 써 본 기억이 없다. 학업도 결혼도 직장도 다 알아서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소한 일에도 그들의 마음에 저절로 신경이 쓰이고 아프거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늘 보고 싶고 좋은 것을 보면 저절로 생각나고 항상 더 잘해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러한 사랑과 애타는 돌봄을 받지 못한 어린 내가 보였다.


결혼을 하고 처음 만난 시어머니, 시동생도 나에 대한 배려와 격려보다 오직 남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바합리적인 요구를 했다. 잘 지내보려고 이상적 인간관계가 가능하리라 기대하며 그들의 요구에 부응했었다. 그러다 지쳤고 실망했으며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관계의 진정성을 포기했다. 나를 포기한 채 타인의 요구를 들어주었더니 점점 더 당연하게 서운해했고 요구사항은 더 많아졌다. 이해가 가지 않은 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남편이 아프고 나서 나는 그 모든 노력을 일시에 끝내 버렸다. 서운했고 더 이상은 없다고 말했지만 그들은 믿지 않았다. 당황하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으나 그 흔들림을 파고들자 단호히 관계를 차단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그것도 내가 내킬 때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억울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정상적인 관계는 쌍방이 노력해야 한다. 일방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오십 년이나 살고 뒤통수를 세게 맞고 나서야 알게 된 나는 정말 무식하다.


시간을 거꾸로 만들어 돌아갈 수는 없다. 10년 뒤에 똑같은 후회로 뒤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끊어야 할 관계는 끊고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한다. 모든 일에 해피엔딩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만나는 사람도 먹는 음식도 소중한 시간도 나쁜 것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 너 잘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