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기에 립싱크 힙합보다는 공부가 확실히 더 재미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내가 공부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공부가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재미있게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 재미없고 지루할 수도 있는 훈련의 기간을 포함한다는 사실이다.
- 노자와 21세기, 김용옥 -
공부의 연속이 사는 과정인 듯하다. 지루했던 학교 공부가 끝나면 재미있는 사회생활이 기다릴 줄 착각했다. 인생은 잘 짜인 극본에 주연과 조연이 제 역할을 다하여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그런 기분 좋은 영화가 아님을 시간이 가르쳐 주었다. 살아내고, 버티고 버티면서 내 인생이지만 내가 주연이 아닌 순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었다. 그저 그런 날들의 지루함을 견디고 혹시나 하는 희망이 엇나가면서 순리를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포기를 하면서 나이를 먹는다.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억울한 마음은 표시 내지 않아야 하는 삶의 순간은 깊은 산속의 절보다 더 지독한 수양의 장이자 학습의 실전 장소였다.
인생의 고비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왔던 것은 그나마 책을 곁에 두고 살아서였을까? 옳고 그름의 기준,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먼저 살아내었던 사람들의 글을 통해 배우며 덜 모자란 인간으로 살아낼 수 있었다. 공부하지 않는 인생이었다면 그저 그런 주변인의 말에 휘둘려 허례허식에만 집중하고 살았을 것이다. 살아내는 시간이 정말 찰나라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알게 된다. 푸르른 청춘의 시절은 기억 저편에서 잠시 꿈을 꾼 것 같다. 기쁨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았고 고통의 시간도 결국은 지나갔다. 삶에서 갖고 싶은 물건도 갖는 순간부터는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다. 물질은 그런 것이었다.
젊은 시절 간절히 갈구했던 부와 명예와 권력은 굳이 온 마음을 다해 잡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었다. 제대로 쓸 줄도 모르면서 죽기 살기로 모으는 것은 아닌 것이다.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려 가듯 돈도 명예도 권력도 인간도 사라지는 것이었다. 내일이 반드시 오는 것도 아님을 자주 보는 나이가 되었다. 소중했던 시절 인연들, 한 시절 열렬히 서로를 응원하며 살았던 지인들도 건강과 집안문제 등 여러 사정상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들이 모두 삶이라는 학교에서 우등생으로 졸업하길 간절히 기도한다.
중, 고등학교에서 우리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나를 편안하게 이해해 줄 속 깊은 배우자를 꿈꿨고,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는 삶을 상상했다. 행운은 항상 내 곁에 머물고, 불행은 나를 피해 갈 줄 알았고, 우리 부모도, 나도 무한정 건강할 줄 알았다. 학교는 공정과 상식과 정의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해패엔딩을 가르쳤는데 사회에서, 삶은 공평하지 않았고 부모의 재력이 몹시 중요했으며 상식의 기준이 사람에 따라 달랐다.
삶은 공평하지 않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이 이해가 잘 되는 것은 삶이라는 학교에서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 부모님께서 가르쳐 주지 못한 것을 스스로 배우면서 삶이라는 학교를 차례차례 졸업하는 중이다. 부디 유급을 당하지 않고 성장하면서 졸업하고 싶다. 기왕이면 어느 신이 보시고 좋은 책도 골라주시고 도반도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공부의 연속이다. 잘못 해석하지 않고 잘 해석해서 성장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