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아껴야 할 말

by 천천히바람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 모순, 양귀자 -



친구라는 사람이 그에게 전화를 하여 00 코인이 곧 상장될 것이니 만나서 Kyc 인증을 하자고 한다. 신분증을 들고 나오라는 말이다. 옆에서 듣던 내가 전화를 받아 건강에 집중해야 하니 안부인사가 아닌 이런 전화는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앞으로 안부인사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기 말을 먼저 들어보라고 00 코인이 상장하면 곧 비트코인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어 자기가 인증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좋은 것은 혼자 열심히 하면 된다. 환갑도 훌쩍 넘긴 사람들이 얼마나 더 잘살려고 상장도 안 된 코인을 타인에게 권유하며 안부인사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화가 치밀었다. 이 사람은 남이니 더 이상의 인연을 맺지 않으면 된다. 그의 인생이고 그에게 돌아갈 업보이니까.


내가 한 행동은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올 것이다. 내가 내뱉은 말도 돌아 돌아 결국은 내게 올 것이다. 입조심이란 말을 나이가 들수록 새겨야겠다. 마음속에는 셀 수조차 없는 미움과 원망과 울분의 말이 있지만 결국은 다 뱉어내지는 않았다. 어느 힘든 시기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긴 했지만 더 조심해야겠다. 내뱉은 말을 어떻게 주워 담을 수가 있을까? 혹시 그 사람이 천 가지를 잘못해도 몇 가지는 내게 잘한 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게 나쁘게 했던 것만 기억하고 잘해준 것은 정말 까맣게 잊고 있지 않을까?


나이 들어가면서 천천히 말하고 먹고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다리를 다치며 천천히 걷기는 자연스럽게 실천이 되었지만 먹고 말하는 것은 여전히 속도가 빠르다. 천천히 생각해서 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하룻밤만 참으면 별 일이 아닌 것을 그 밤을 못 견뎌 사고 친 일이 많았다. 한 번 참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아침에 후회할 말을 밤에 이미 해버렸지만 그 밤도 시원하게 잠이 오는 것은 아니었다.


산을 올랐다. 계곡은 졸졸 흐르고 나무는 바람에 몸을 맡겨 아름다운 소리를 조용조용 내었다. 평화로웠다. 새는 지저귀고 구름은 방긋 웃는 듯 떠다니고 바닥에 뒹구는 낙엽은 밟혀도 아름다운 소리만 내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이 세상에 자리 잡은 존재도 말을 하지 않는데 나는 뭐가 잘났다고 매일 소리 높여 떠들까? 물론 듣기에 나긋하고 봄바람처럼 따뜻한 위로의 말이 있다. 그런 말이 아니라면 내 입을 막아야 한다. 나 조차도 듣기 싫은 소리를 가족들에게 하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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