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필연 - 상실

by 천천히바람

한 가지 기술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많은 것들이 본래부터 상실될 의도로 채워진 듯하니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은 아니다.


날마다 무엇인가를 잃어버리라. 문 열쇠를 잃은 후의

당혹감, 무의미하게 허비한 시간들을 받아들이라.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더 많이, 더 빨리 잃는 연습을 하라.

장소들, 이름들, 여행하려 했던 곳들을

그것들을 잃는다고 재앙이 오지는 않는다.


나는 어머니의 시계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보라! 내가 좋아했던

세 집 중 마지막 집, 아니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집도 잃었다.

상실의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지 않다.


두 도시도 잃었다. 멋진 도시들을. 그리고 내가 소유했던

더 광대한 영토, 두 강과 하나의 대륙을 잃었다.

그것들이 그립긴 하지만 그렇다고 재앙은 아니었다.


당신을 잃는 것조차(그 농담 섞인 목소리와

내가 좋아하는 몸짓을), 나는 솔직히 말해야 하리라. 분명

상실의 기술을 익히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그것이 당장은 재앙처럼 ('그렇게 쓰라') 보일지라도.


- 엘리자베스 비숍 -


One Ar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so many things seem filled with the intent

to be lost that their loss is no disaster.


Lose something every day. Accept the fluster

of lost door keys, the hour badly spen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Then practice losing farther, losing faster:

places, and names, and where it was you meant

to travel. None of these will bring disaster.


I lost my mother’s watch. And look! my last, or

next-to-last, of three loved houses went.

The art of losing isn’t hard to master.


I lost two cities, lovely ones. And, vaster,

some realms I owned, two rivers, a continent.

I miss them, but it wasn’t a disaster.


—Even losing you (the joking voice, a gesture

I love) I shan’t have lied. It’s evident

the art of losing’s not too hard to master

though it may look like (Write it!) like disaster.


By Elizabeth Bishop


잃어버린 것에 아파하되 그 상실을 껴안는 것을 에머슨은 '아름다운 필연'이라 불렀다. 상실은 가장 큰 인생 수업이다.

-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


남편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추억도 가슴 시린 따뜻하고 애절한 추억도 없다. 우리는 젊은 시절 가난한 집안의 장남과 며느리라는 무게로 서로 싸우느라 서로에 대한 애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살아내느라, 이 결혼을 유지하느라 힘겨웠다.


그러다 정말로 예상치도 않게 아니면 예상은 했지만 믿을 수가 없었던 그 불길함을 무의식적으로 피하려 했는지 덜컥 그가 기억을 잘하지 못하자 나는 그의 삶이 가여워 가슴이 저미다 못해 나를 위한 모든 생각을 차단했다. 오직 그를 보호하고자 온갖 힘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우리의 시간은 상실되고 있다.


서로를 비난하며 미워하느라 몸부림치던 전투력도 상실했고, 나중에 사이야 어떻든 함께 가려고 했던 여행도 포기했고, 친구들과의 수다도, 이쁜 카페에 가서 의미 없이 보냈던 재미있는 시간도 포기했다. 그리고 그 포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고자 하느님이 나에게 인생수업을 시키신다. 인생공부에 좀 지치면 한 번씩 이런 시를 던져주신다. 선물처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삶이 원래 그렇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삶은 상실의 연속이었다.

어릴 적 새벽에 눈 속에 핀 복숭아꽃을 보고 가슴이 멎었던 그 황홀한 시간도

같이 일하러 다니던 엄마를 두었던 옆집 친구와 보냈던 여름방학도, 그 친구도

분명 행복만이 기다릴 것이라 확신하며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의 나도

이제 모두 지나버렸다. 이제 내 앞에 확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좀 더 어려운 숙제이다.


인생은 끝이 있게 마련이다. 내 뜻대로 내 맘대로 선한 의지대로 인생은 굴러가지 않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상실 또한 인생의 후반부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임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른 수가 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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