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와 이십 대의 나는 내가 똑똑하고 노력하면 다 알 수 있다고 착각했다. 삼십 대와 사십 대, 이건 실전이었고 전쟁터였다. 육아와 남편과, 돈과의 전쟁 중에 나를 돌아볼 시간도, 하늘 한 번 제대로 볼 여유도 없었다. 전쟁의 폐허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폼나는 삶도 돈 많고 떵떵거리는 삶도 아닌 제발 더 이상 드라마틱하지 않은 삶. 50이후는 아주 소박하게 평온하기만 바랬다.
그래 놓고서 세상에! 간도 크게 삶의 폭풍 속에서 드디어 잠시의 평온이 오자 무료함을 느꼈다. 평온하기만, 내가 돌봐야 할 모두가 평안하여 내가 진정으로 고요하기를 기도해 놓고는 심심하다고 투덜거린다. 나라는 인간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일까?
나의 간사함을 알고 6시에 벌떡 일어났다. 그래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몸으로 생각하자. Just do it! 무료 헬스장에 가서 제대로 운동을 배우고 도서관으로 직행했다. 책상에 똑바로 앉아 영어공부와 책 읽기를 하고 글쓰기로 오후를 마무리한다. 뭔가 뿌듯하다. 나를 제대로 대접해 준 기분이 든다.
내 입맛대로 하루가 평온하면서 심심하지 않고, 거기다 알차기를 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살이 찌면서도 계속 먹고, 말로만 운동해야지 하는 것처럼 심심하다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박차고 나와서 뭔가 하면 된다. 내가 나를 응원하고 계획해야지, 하늘에서 우연처럼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처구니 없다.
아프지 않고 무탈하니 염치없게 재미도달라고 한다. 무릇 인간이라면 염치가 있어야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은 아니나 적당한 부끄러움은 있어야 50년 산 도리가 아닐까?
가만히 나무 밑에 있다가 내 입으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린다고 해도 일단 감나무 밑에는 가야 한다. 그냥 해보자. 평생 책을 끼고 살았고 책이 주는 위로가 그나마 정직했으니 나를 사랑하고 위로하는 법을 배워보자. 무작정 해보자. just do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