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2

오, 윌리엄!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by 천천히바람

그건 내가 밑바닥 출신이고, 그렇게 태어나면 그 사실은 절대 당신을 진정으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내가 정말로 그것을, 내 출신을, 가난을 결코 극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 같다.

- 오, 윌리엄!-


비 온다는 핑계로 집에서 운동을 하려고 하였으나 역시 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운동하지 않는 이 쓸데없는 일관성!


윌리엄의 부인이었던 루시는 지독히 암울하고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다. 17살 때 전액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갔지만, 부모는 형편이 되지 않아 진로상담 교사가 차로 대학까지 데려다주게 되었다. 17살 루시는 몇 벌 안 되는 옷을 식료품 봉투와 박스에 들고 서서 그녀를 기다렸는데 선생님이 고속도로에서 차를 돌려 쇼핑몰로 가서 그녀에게 옷과 가방을 사주었다. 그녀가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선생님이 사준 속옷이었고 그때까지 본 가장 예쁜 것이었다.

"십 년 뒤에 갚으면 돼, 루시, 알겠지?"

10년이 안 돼 선생님은 차 사고로 돌아가셨다. 루시는 오늘, 늘, 그 여인을 사랑할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겉옷도 여행용 가방도 변변치 않은 17살 소녀에게 속옷까지 챙겨주며 나중에 갚으면 된다고 말하는 선생님, 진정한 어른이다. 부모가 대학에 붙은 아이를 데려다주려고도 하지 않을 때 따사로운 햇빛처럼 나타나 환한 빛을 선물한 어른. 나는 그런 어른을 만나 보았던가? 나 또한 그런 어른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된 루시가 너무나 깨끗한 시어머니집을 방문했을 때 느낀 감정이 가난은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6.25 전쟁이 끝난 지 백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사회는 슈퍼 태풍처럼 방향을 틀었다. 사는 아파트가 계급이 되고 걸친 명품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그래봤자 한 때 우리 모두는 가난했고 그 가난은 극복되지 않았음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채 아파트에, 차에, 명품에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반전은 루시가 선망했던 그녀의 시어머니가 사실은 루시보다 더 가난하고 가망 없는 유년시절을 살아냈다는 것이다. 비행기도 호텔도 수영복도 텔레비전도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유년시절의 가난이 작가로 성공하고 나서도 루시의 삶을 지배하였다. 시어머니가 가르쳐 준 적재적소의 옷과 사물과 상식에 루시는 기가 죽고 당황했었다. 하지만 시어머니가 죽고 남편과도 헤어지고 나서 알게 된 진실은 루시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서 탈출한 시어머니의 과거였다.


유년 시절의 가난은 이렇듯 평생을 끔찍하게 따라다닌다. 이건 지나간 사소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나의 지난 가난과 오늘의 삶에 충실하기 행동으로 나의 일과를 수행한다. 독서와 글쓰기. 특히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독서와 글쓰기는 가난을 극복하는 가장 명품스런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