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가슴 안에 그런 갈구가 있었다. 온전히 나로 살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 인간의 여행을 하는 동안 진실한 감정에서 멀어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비록 상실, 상처, 패배가 그 여행의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지라도. 당신이 아직 어리든 나이가 많든 재 속의 불처럼 그 의지를 깨뜨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직 내면의 시를 잃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잃었다면 다 잃은 것과 같다. 외부의 피할 수 없는 상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내면의 상실까지 강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너는
이 생에서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는가?
그렇다
무엇을 원했는가?
나 자신을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
이 지상에서 내가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 레이먼드 카버 <마지막 조각 글>
앤솔러지(anthology)는 영어로 시 모음집이다. 그리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원래 의미는 '꽃 모음 flower-gathering'이라고 한다.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는 두려움, 망설임, 냉소와 의심, 물질주의로부터 우리를 치유해 주는 부적 같은 힘이 시에는 있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의 책들은 독자를 우롱하지도 쓸데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낭비시키지도 않았다. 갈수록 진화하는 책들을 보며 그의 글은 내게 믿을만한 것이 되었다.
이 책을 서귀포 바닷가 귤밭에 있는 창고를 개조하여 작업했다고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귀포는 거주지이지 고향 같은 느낌은 없음에도 같은 지역이라 괜스레 반가웠다. 바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의 반응도 나의 생각도 완전히 믿지 못할 때 이 책이 길라잡이가 되어주었다. 적어도 나를 속이고 살지는 않고 있구나.
정제된 간결한 언어로 많은 얘기를 하는 시는 문학에서 가장 어려운 장르이다. 작가가 뿌리를 내리고 잎을 무성하게 한 후에야 피어나는 꽃이 시일 것이다. 이 꽃들을 감별하여 알려주어 성의있고 깊은 위로를 받았다.
다시 한 번 나에게 들려준다.
'온전히 나로 살고자 하는 욕망'
'외부의 피할 수 없는 상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고 내면의 상실까지 강요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온전한 나로서 지구에서 만난 인연에 흔들리지 않고, 쓸쓸하고 안타깝게 돌아가신 어버지의 상실도 받아들이며 물질 욕심을 거두고 내면의 성장을 이어가자. 오늘도 내게 주어진 인간의 여행을 잘 해내보자. 나는 여전히 나를 열렬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