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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Oct 21. 2023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9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Kafka

I think we ought to read only the kind of books that wound or stab us. If the book we're reading doesn't wake us up with a blow to the head, what are we reading for? So that it will make us happy, as you write? Good Lord, we would be happy precisely if we had no books, and the kind of books that make us happy are the kind we could write ourselves if we had to. But we need books that affect us like a disaster, that grieve us deeply, like the death of someone we loved more than ourselves, like being banished into forests far from everyone, like a suicide. A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sea within us. That is my belief.”
Franz Kafka




책을 읽지 않고 사람의 수다로 가득 찬 한 달을 보내고 나니 사람의 말에 지쳤다. 물론 나의 말도 포함이다. 자주 쓰는 단어, 톤, 어투에 지칠 무렵 나는 제주로 돌아와 경건하게 책과 마주했다. 책은 스스로도 침묵하지만 상대도 침묵하게 하는 존재이다. 품격을 갖춘 친구이다. 감상을 말하기 전에 끝까지 읽고 생각하게 한다. 친구와 얘기하다 보면 상대의 말을 정정하고 끊고 끝까지 듣기가 정말 힘들다. 그 이면에는 듣기 싫다, 너무 길다, 나도 말 좀 하자가 깔려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책에게 그러지는 않는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책은 우리가 사전적 정의로 알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깊이 생각하고 검증하고 사실에 기초한 보편적 타당성과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책이다. 만일 에세이라면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며 이간질이나 사회적 해악을 후일에 까지 끼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본인을 알리고자 홍보용으로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것을 보면 책의 본질이 훼손된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요즘 정말 이해할 없는 것이 조그만 나라가 남북으로, 동서로, 남녀로, 세대 간으로 갈라진 것인데, 이렇게 갈라치기 하고 이간질한 주체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즉, 4명의 가족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우고, 아들과 딸이 싸우고, 부모와 자식 간으로 갈라져 싸우는 것이다.


책은 지성인의 보루이며 존재 가치가 분명한 품격 있는 친구여야 한다. 그런 친구를 함부로 이용하는 것은 모욕이다. 카프카의 책에 대한 저 날카로운 정의를 읽어야 한다. 책은 내 머리를 도끼로 깨어서 내 안에 있는 지성이 나오게 돕는 도구이다. 나의 벗이며 품격 있는 스승인 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이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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