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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Oct 26. 2023

Living in Jeju 4

신을 만나는 가을 - 산굼부리

신의 정의가 다양하고 신을 칭하는 방법이 모두 다를지라도, 신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안다. 자연의 힘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며 우리에게 풍성한 삶을 제공한다. 우리는 언뜻 하찮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신비롭고 위엄 어린 너른 공간에 살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그 공간을 일상의 보잘것없는 현실로 좁혀버렸을 따름이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는 비범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좋은 글의 출처를 밝혀야 하는 것이 도리인데 도대체 어느 책에서 발견한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신과 자연이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대단한 위로임에 공유하고 싶다. 평범한 우리가 쭉 평범하게 살아가는 비범함을 발휘하도록 신의 너른 마음에 기대 본다. 권력도 재물도미모도 능력도 오로지 평균치 부근을 따라가고자  손발과 머리가 너무나 바쁘지만 선량한 우리는 사실 자연의 눈에는 비범한 능력자이다. 욕심 없이 계절에 맞게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를 신은 분명 사랑할 것이다.



하고 싶다고 내 마음으로부터 진심으로 느낀 일이 아니라면, 나는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절대 하지 않겠다. 내 존재의 세포 한 가닥, 한 가닥이 모두 소리 높여 '예스'를 외치지 않는 한 나는 어떤 모임에도 가지 않고, 전화도 걸지 않고, 편지를 쓰거나 후원을 하거나 그 어떤 행뒤도 하지 않겠다. 나는 오로지 진실한 의도에 의해서만 행동하겠다.  오프라윈프리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2,30대는 돈의 양이 중요했다. 많이 벌고 모을 수만 있다면 젊음 그까짓 거 더 누리지 못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싫어도 월급이 따박따박 제 날짜에 나오면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동료들과도 일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내 존재의 세포 한 가닥, 한 가닥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주저 않자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삶의 질이라는 말을 깨달았다. 내가 완벽하지 않고 참을성도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돈은 그럼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내 세포 하나가 돈보다 더 소중한 순간이 왔다. 이제는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난다. 물론 늘 좋은 사람도 없지만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사람과는 유효기간이 끝났으면 아듀이다.



모든 행위와 생각, 감정은 의도에 의해 생겨난다. 그리고 그 의도는 원인이 되어, 결과와 함께 하나로 존재하게 된다. 우리가 원인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한 그 결과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다. 이렇듯 매우 깊고 오묘한 원리로 우리는 자신의 모든 행위와 생각, 감정에 책임을 지게 된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자신이 품은 모든 의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게리 주커브 - 영혼의 의자


모든 행위와 생각, 감정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초등학생도 알 것이다. 뻔뻔하고 목소리 크고 빽 있고 증거만 없다면 반성도 없는 자들, 사기치고 또 사기 치고 잘 사는 사람들, 부조리한 결과와 억울함에도 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보면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의심스럽다. 죽어서 벌을 받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우주에는 질서정연한 섭리가 분명 존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정적인 것은 힘이 있다고 나는 확신해요. 부정적인 것이 당신의 집과 머릿속, 당신 인생에 내려앉도록 허용한다면, 그건 당신을 파멸시킬 수 있어요. 부정적인 말들은 나무 장식으로 기어 올라가고, 가구로 스며들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당신의 피부 위에 들러붙어 있겠죠. 부정적인 말은 독이에요. - 마야 엔젤루


감정과 기분은 전염성이 강하다. 무의식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찾는다. 앓는 소리, 부정적인 말투를 가진 사람은 피한다. 같은 말을 시작해도 '아니'로 시작하지 말자. '있잖아, 어머나, 세상에, 와우, 정말, 저기' 등 말을 시작할 때 긍정적 기운을 부르는 말을 찾아보자. 책에서 발견한 너무나 아름다운 말들을 노트에 적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편안하다. 봐도 봐도 촌스럽지도 않다.


- 선물 같은 밤의 독서, 햇살과 나뭇잎의 정오, 나의 쓸모 있는 삶, 깊어가는 아름다운 생,

  눈이 오고 나뭇가지만, 삶의 속도 늦추기, 오후 3시 나와 커피 -


산굼부리의 입장료는 6천원인데 제주도민은 4천원이다. 눈깜짝하면 지나가는 아름다운 계절에 산굼부리의 전설과 넉넉한 자연을 보고 왔다. 단풍이 들면 더 아름다워지겠지. 단풍이 부르면 다시 한 번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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