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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Sep 15. 2023

Living in Jeju 2

홀딱 반한 제주 하늘 -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나는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좋은 음식과 장소는 즐기는 게 우선이다. 좋았던 곳은 내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생각날 때 꺼내면 기억이 아주 잘 떠오른다. 하지만 차를 몰다 제주의 하늘을 보면 저절로 멈춰 찍고 싶다. 벅차오르는 감탄과 행복과 경외감에 자랑이 아닌 선물로 좋은 이들에게 보내고 싶다. 내 마음의 한 조각이 같이 갈 것이라 확신하며.


도시의 촌사람 친구들이 갈수록 사진 실력이 점점 나아진다고 칭찬해 주는 바람에 더 자주 하늘을 본다. 살아내느라 돈 벌어야 해서 하늘 볼 시간조차 없는 소중한 친구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마음으로 사진을 보낸다. 오프라 윈프리가 라디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일이 정말 좋아! 이런 일이라면 돈을 안 주더라도 매일 제시간에, 행복한 마음으로 올 수 있겠어'라고 느꼈고, 그 감정이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일만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직업이나 일을 돈과 관련시켜 생각하도록 배웠다. 이 일이 돈이 되는가? 가 우선이었고 그다음이 적성과 행복함이었다. 나는 돈 버는 일을 그만두고서야 일과 돈이 따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아기 걸음마 배우듯 천천히 배우고 있다. 시간을 즐기는 그 순간의 행복, 적게 쓰고 더 여유로운 것의 충만함을 오십이 넘어 이제야 배우고 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의 가치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능력 있는 오프라 윈프리는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받지만 나는 돈은 받지 못해도 시간의 가치는 건져야겠다.


제주의 하늘이 나를 기다려 주었다. 아름다운 제주의 하늘에 마음을 조금씩 연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내가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나를 기다려 준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살아내느라 화가 가득 차 있고 심지어 분노가 나를 태울 때 하늘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곁에서 조금씩 내게 마음을 준 것이다. 인간이라 하늘을 알아본 것이 아니다. 하늘이 하늘이라 지친 나를 위로하였다. 이제는 침묵으로 위로의 말을 건다는 것을 의심 없이 믿는다. 물론 나에게만은 아니지만. 나를 포함한 모든 지구별의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은 변하지 않는 위로이다. 하늘과 친구가 되어서 기분이 참 좋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 오프라 윈프리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게 생긴 일 중에 최고의 일이다. 지금 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나는 현재의 내 나이에 이를 수 없었던 이들에 대해 생각한다. 지상의 삶에 어린 아름다움과 장엄함을 깨닫기도 전에 이 땅에서 불려 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순간들이 경탄의 눈으로 세상을 볼 가능성을 선사해 준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안다. 나이가 들수록 하찮고 피상적인 일들에 대해 인내심이 줄어든다. 돈과는 상관없는 풍요로움이 있다. 자신의 삶에 간심을 둘 때 생겨나는, 세상을 보는 올바른 시각과 풍요로운 지혜는 그 안에 당신에게 가르쳐줄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그리고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제대로 배우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우리가 살면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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