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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Dec 30. 2023

Living in Jeju 5

남원 카페나들이

꽃 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설요-


신라의 여승인 설요의 환속 이유젊음을 어찌하지 못해 그랬다는데  어정쩡한 중년의 나는 꽃과 날씨와 편안한 장소와 커피 한잔쉽게 흔들려 버린다.


붙잡지도 못하는 너무나 짧은  아름다운 날들에 설렘이 넘치면 깨끗하게 정리된 층고 높은 카페에 가서 기분 좋음을 만끽한다. 여유와 느긋함과 행복을 즐기는 것이다. 사람이 없으면 금상첨화.  넓은 공간과 흘러나오는 음악과 창밖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온통 나를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이다.

관광객이 드문 한적한 카페를 찾아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바다와 키 큰 소나무와 그 사이의 햇살을 보면 재벌이 부럽지 않다.


나는 다른 것보다는  공간에 대한 욕심이 큰 편이다.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크게 중요하지 않은데 내 공간만은 타인의 침범을 받지 않고 널찍하고 단순하고 깨끗하면 좋겠다.

  

제주의 카페는 그런 면에서 나에게 소박한 힐링장소이다. 만원으로 제일 행복을 가꾸는 곳이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일정을 정리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책이라도 보면 소박하지만 격조 높은 만족감이 밀려든다.


제주의 남원은 따뜻하고 살기 좋은 곳이다. 제주 동쪽에 위치한 이곳은 귤이 잘 자라고 바다와 마을이 이쁘게 들어서 걷기도 지루하지 않다. 금호리조트를 끼고 있는 올레코스 주변은 내가 사랑하는 장소이다. 친구들과 걷기 부담 없고 근처 카페도  깨끗하고 조용하다. 제주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이런 곳을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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