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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Dec 29. 2023

독학으로 심리학 공부 17

세이노의 가르침 - 세이노

어니 J. 젤린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 22%는 사소한 사건들,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들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고민과 문제를 혼동하지 마라. 고민은 마음속으로 괴로워하고 애를 태운다는 뜻이고, 문제는 해답 혹은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고민이 어떤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고민은 중지하고 해결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다고? 그렇다고 마음속에 맴도는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저 %는 어떤 근거와 실험으로 나왔을까? 내가 대처할 수 있는 4%는 적은 숫자이니 슬기롭게 잘 해결될까?


작년까지 내 입장에서 보면 사기꾼을 만나 몇 년간 민사소송에 휘말렸었다. 주위에서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지만 앉으나 서나 분노와 억울함으로 우울했다. 코로나로 인해 재판이 지연되고 법관의 이동으로 또 지연되고 아주 사소한 사건인데도 질질 끌면서 몇 년이 지나갔다. 통 크게 보면 내 삶에서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소용돌이 안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너무나 부당했고 그렇다고 판사나 변호사가 내 억울함을 알아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재판기일에 고유정의 재판과 겹친 날이 있었다. 법원에 들어서니 취재진이 몰려있었다. 대기하는 의자에서 한 아주머니가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아주머니와 상관없이 기자들은 자기 일을 하였다. 동병상련이라고 나는 그분의 눈물이 가슴 아팠고 잠시 내 일이 하찮게 느껴졌으나 곧 나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중요하고 시급했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은 없었다. 내가 최선을 다해 자료를 제출하고 설명을 하여도 변호사가 그 부분을 어필을 안 해주면 그만이었고 판사가 이해하지 못해도 그만이었다. 나는 인생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송을 통해 가장 크게 깨달았다.


애간장을 태우는 고민은 자녀들이 슬퍼할 때이다.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부모가 낄 수는 없으나 그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애간장이 녹는다.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이 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인생은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고 이제는 한 고비가 지나면 잠시 후 또 다른 고비가 올까 두렵다.


오직 내 고민만 10분 이상 하지 말자. 단순한 삶, 단순한 생각으로 살아가자. 10분 이상 고민한다고 내 머리에서 현명한 답이 나올 리도 없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른 고민이 생겨날 뿐이다. 책을 읽거나 몸을 움직이거나 잠을 자는 것이 더 나은 일인 것 같다. 


세이노(say no) 이 분은 부자가 되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한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 성공하였기 때문에 함부로 대들지 못한다. 성공한 노인의 말은 현명한 지혜가 된다. 똑같은 말이라도 성공하지 않은 노인의 말은 하면 잔소리가 된다. 버핏에게 함부로 늙은이라고 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는 실수도 그렇다. 하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노인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그 중간 어디쯤 나대지 않고 무시당하지도 않고 조용히 혼자서 신나고 즐거운 노년의 삶을 꿈꾼다. 4% 고민을 잘 해결하며 사는 건강하고 신나는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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