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천히바람 Dec 31. 2023

adieu 2023

사랑 뒤의 사랑 - 데렉 월컷

사랑 뒤의 사랑 Love After Love


격한 기쁨으로 당신은

당신의 문 앞에, 당신의 거울 앞에 선

당신 자신을 반길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보내는 환대에 미소 지을 겁니다.

                                      -  데렉 월컷 -




그때가 올 것이다.

너의 집 문 앞에

너의 거울 속에 도착한 너 자신을

기쁨으로 맞이할 때가.

미소 지으며 서로를 맞이할 때가

 

그에게 말하라, 이곳에 앉으라고.

그리고 먹을 것을 차려 주라.

한때 너 자신이던 그 낯선 이를 너는

다시 사랑하게 될 것이다.

포도주를 주고,

빵을 주라.


너의 가슴을 그에게 돌려주라.

일생 동안 너를 사랑한 그 낯선 이에게

다른 누군가를 찾느라

네가 외면했던 너 자신에게.

온 마음으로 너를 아는 그에게.


책꽂이에 있는 사랑의 편지들을 치우라.

사진과 절망적인 글들도.

거울에 보이는 너의 이미지를 벗겨 내라.

앉으라.

그리고 너의 삶을 살라.




 

소중한 이들이 꽃길만 걷기를

잘 가자 2023년 내 기억들아,

별 탈없이 무탈하게 살아내고자 조마조마했던 내 조바심, 애태움, 긴장, 기도, 그리고 한숨. 모두 평안히 가기를!


격한 기쁨으로 언젠가는 소중하고 고마웠던 2023 올해의 사람들과 순간들을 추억하기를. 하루 만에 깔끔하게 너를 떠나보내고 다가오는 2024년을 경건하고 성실하게 살아낼 수 있기를!

 

떠나보낸 이 없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올 한 해를 묵묵히 버텨내 준 아프지만 아직은 나와 함께 잘 버티고 있는 내 소중한 몸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보낸다. 총명은 벗어났지만 느림도 기다릴 줄  아는  내 머리에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제는 한 템포 죽일 줄도 아는 내 성질머리에도, 그러나 여전히 욱하는 것은 제발 좀 자제하자.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할까. 대세에 지장을 줄 인연들은 끊으면 그만인 것을. 그렇지 않고 가져가야 할 인연이라면 내가 좀 손해를 본들 뭐 어쩌겠는가. 어차피 잃을 것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제일 우선순위에 두자. 내가 건강을 잃고 밝음을 잃고 웃음을 잃으면 정말 노답이다. 할 수 있을 때 나를 더 절 보살펴야겠다. 대충 물 말아먹지 말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아껴둔 음식을 나에게도 대접하자. 좋은 책과 음악도 들려주고 운동도 열심히 해주자. 근사한 카페에 데리고 가서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대접할 것이다. 2024년 갑진년 새해는 나를 값지게 대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나는 내일부터 걸을 수 있다면 꽃길만 걸을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주문을 걸어야겠다. 애초에, 설마, 굳이, 고뇌에 휩싸여  힘들게 살 생각은 never 없다. 어서 오시게 2024 갑진년. 환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Living in Jeju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