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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Aug 17. 2020

고리타분 but 나의 위로

그 겨울의 일주일 - 메이브 빈치

고리타분 but 나의

내 취미는 뭘까?

취미란 국어사전에 의하면 -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이라고 아름답게 정의가 되어 있다.

나의 취미는 우선 전문적인 것은 아니어야 하고 마음이 당기어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휴대폰을 보는 것은 탈락. 즐기기 위하여가 아니라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이므로. 운동도 탈락.  해야만 하는 것이지 즐기는 것은  아니므로.  요리와 집청소 등등 집안일은 아름다운 대상이 아니므로 탈락되었다. 그럼 도대체 나의 취미는? 그나마 글을 알고 난 이후로 꾸준히 해오고 있는 독서이다.


어릴 때 많은 사람들의 취미가 독서였다. 이 식상한 답에서 탈피하고자 다른 것들을 찾아보았으나 다른 곳에 재능은 없었다. 꾸준히 무엇인가를 해본 경험이 없다. 헬쓰 한 달, 요가 두 달, 기타 2주, 요리 1달, 피아노 1달, 도자기 만들기 1시간 등등 시간을 정해서 오라고 하는 곳은 갈려고 할 때 마다 몸이 거부를 했고, 마음대로 오라는 시간은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고 책만 곁에 있으면 정말 아무때나 할 수 있는 것은 독서였다. 즉 식상한 답변에서 벗어나 좀 세련된 취미를 갖고 싶었으나 나와 가장 잘 맞는 것은 독서였다. 그리하여 나의 정의로 취미란 - 여가시간에 나랑 가장 편하게 맞는 것, 지쳤다가 정신이 살짝 돌아왔을 때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 그리하여 내 마음이 위로 받을 수 있는 것- 이다. 늘 그렇듯 일상이 지친다.  저 우주에서 보면 나라는 인간은 개미보다 작은데 계속 움직인다.  저 작은 머리에 고민을 가득 안고서 아둥바둥거리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창조주가 정신 사납다고 입김만 불어도 소멸될 존재가. 그런데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개미보다 작은 나의 머리는 끊임없이 고통에 이끌려 다닌다. 위로받고 싶었다. 남들의 건성어린 위로가 아닌 내가 나를 위해 해주는 깊은 위로.


무작정 도서관에 달려가 5권을 대출했다. 그 중 하나가 아일랜랜드 여류작가 메이브 빈치의 '그 겨울의 일주일' 이었다. 이 분은 2012년 72세로 돌아가셨다. 나는 돌아가신 작가 작품이 좋다. 말년의 작품은 겸손하다. 삶의 질풍노도를 다 겪은 후의 솔직함이 좋다. 연예인 부부가 갓 결혼해서 여기저기 방송에 나와 사랑한다고 난리를 치면 속으로 '살아봐라' 싶다.  나이들어 한물 간 사람들이 지난날을 돌아보면 진실하지 않던가. 그런 것처럼 젊을 때 작가들이 고뇌와 도전속에 낸 책을 읽으면 치열하지만 편안하지 않다. 그러나 말년의 작품은 자극적이지 않지만 편안하다. 이제는 속이지 않고 뭔가를 시도하지 않고 편안한 진실성이 있는 작품이 좋다.


이 책은 편안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새로 생긴 호텔 스톤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마다 삶의 사연이 있다. 자기 고민에 힘겨워 개미처럼 아둥바둥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 우주에서 보는 창조주가 아니라 내 고민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위로받고 싶었고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각자 그 여행을 통해 답을 찾은 인물도 있고 원래 살던 데로 사는 사람도 있었다. 누가 가장 행복할까? 누구의 인생사연이 제일 구구절절할까? 구구절절한 인생은 전부 자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 손에 상처가 가장 아프니까.  우리 모두는 행복이라는 거창함이 아닌 작은 상처에 위로부터 받고 싶다. 얕은 형식적인 겉치레의 위로가 아닌 진정어린 위로를. 이 책은 나에게 아주 작지만 진정어린 위로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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