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천히바람 Jun 04. 2020

이런 날이 오다니 - 딸에게 용돈을 받다

세월 - 빛의 속도

대학생 딸이 코로나를 예견이나 한 듯 휴학을 신청했다. 어차피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 인턴도 하고 스펙도 쌓는다고 학생들이 많이 휴학을 한다고 한다.

대학 보내것까지야 부모가 도와줄 것이 있지만 그 이후 부모의 역할은 정신적, 육체적 쉼터 - 젊음을 소비하며 겪게 되는 그 피곤한 인간관계를 잠시라도 피하는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며 딸을 위한 쉼터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성격이 아주 급하고 반응속도도 빠르다.  딸의 하소연에 섣부른 조언은 하지 말고 맞장구라도 잘 쳐야 할 텐데


코로나로 우리 가족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집안에서도 실천하고 있던 4월, 딸 혼자 다시 서울로 갔다. 면접을 보고 나면 전화가 왔다. 면접 보고 난 하소연을 듣다가 세월이 정말 바뀌었음을 실감했다. 90년대 초에 받았던 면접비라는 것도 요새는 없다고 했다. 자기 시간과 자기 돈을 들여가며 면접을 보러 가서 연락드릴게요라는 형식적인 말을 듣고 집으로 온단다. 딸은 면접을 볼수록 조금씩  더 씩씩해졌다.


그러다가 취업이 되었다. 하루는 괜찮고 하루는 괜찮지 않은 날을 반복하더니 6월 1일 드디어 첫 월급을 받았다.


6월 1일 오후 6시 30분 카카오톡으로 송금이 왔다.  엄마, 아버지, 할머니 각자에게 용돈을 보냈다. 엄마에게는 2배를 보냈다. 정말 기특하다.


신세대를 키우는 엄마답게 1초 만에  받기 완료. 남편이랑 마스크 하고 바로 지역경제를 살리고자 외식하러 갔다.  서로 자기를 닮아 딸이 의리가 있다고 티격태격하는데 딸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의 목소리는 용돈을 받은 후 몹시 친절해지고 up 되어 있었다. 내 주머니에서 항상 나가기만 하다가 받는 것은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았지만 발전하는 인간이기에 나는 차츰  더 익숙해질 것이다. 당당히 계산대에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남편 카드로 결제 완료했다. 돌아보니 남편은 아직 신발을 신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몇 살로 돌아갈까? 정말 돌아가고 싶기는 한 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