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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천히바람 May 31. 2020

몇 살로 돌아갈까? 정말 돌아가고 싶기는 한 걸까?


새벽 2시.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본다.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볼까?


10대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pass. 그러나 만약 간다면 공부는 단연코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대강대강 적당히, 대충대충 어차피 한 문제 더 맞혔다고 인생이 달라질 건 아니었다. 대신 요리나 생활에 실용적인 것을 더 배울 것이다. 제빵도 배우고 목공도 배우고 옷 만드는 것도 똑바로 배우고 몸을 사용하는 기술을 익힐 것이다. 도덕과 윤리는 수업시간에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20대로 가면 적금 안 들고 월급의 반은 무조건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그때는 정말 관심 없었던 공무원 시험을 칠 것이다. 부끄럼 많던 동창이 월급 많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쳤을 때 왜 저럴까 했는데 다시 돌아가면 같이 치자고 할 것이다. 젊음은 오래가지 않음을 알았으니 쌍꺼풀 수술도 하고 운동도 배우고 저축보다 삶의 질에 투자할 것이다. 운전면허도 스무 살에 바로 따서 차를 몰고 다닐 것이다. 면허 따서 아버지를 태우고 좋아하던 고향 구경을 실컷 시켜드릴 것이다.  


그리고 일요일 병문안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날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마지막 날을 함께 할 것이다.  한 번도 야단치지 않고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해드린 게 없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귀에다 대고 편히 가시라고 인사할 것이다.


30대로 가면... 가슴이 너무 아린다. 이제는 다 커서 품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내 소중한 아이들.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귀여운 줄도 모르고 사는 게 힘들어 만만한 약자인 아이들에게 화만 내었다. 그 귀한 순간들을 그때는 몰랐고 즐길 수가 없었다.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버거웠고 짜증 나고 늘 불만이 쌓이고 다른 집과 비교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서 기억도 나지 않는 30대. 요즘  아이들만 보면 정말 꽃보다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말소리조차 너무 귀여워 가는 길을 멈춘다. 이쁜 내 자식과의 그 귀했던 시간을 내 젊음이 사라지는 것이 더 슬퍼서 놓쳐버린 게 아쉽다. 젊음,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제 내 나이 49.  대학생이라 손갈 것 없는 아이들은 내가 한 것에 비해 아주 잘 자랐다.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그런데 돌아서면 못마땅한 건 또 뭐냐. 나는 정말로 human being 인간이 맞다. 만족을 모르는 병에 걸린 것이다. 설마 나만 걸린 건 아니겠지.  


어차피 돌아갈 수 없으니 언제로 돌아갈 상상만 했다. 일흔아홉에 다시 지난 30년을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  그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길 바라면서 하루를 생각 좀 하고 살아야겠다. 30년 뒤  나는 살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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