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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Mar 11. 2022

밀접에서 확진까지, 우당탕탕

집에 갇혀버렸다!

 이틀에 한 번은 그래도 글을 쓰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 시국에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유는... 예상과도 같다. 코로롱, 망할 코로롱! 집에 갇혀버렸다.


 시작은 부서원의 확진이었다. 같이 식사에 야근에, 첫 밀접 접촉자 경험을 하게 되어 엄청 두려워하면서 PCR을 받았는데 다행히 음성. 그래도 나가기는 조금 그래서 언니랑 집에서 친구 하나를 불러서 셋이 하루종일 게임을 하며 놀았다. 켠김에 왕까지! 트라인? 인가. 처음 보는 닌텐도 게임이었는데, 세 명이서 도적/마법사/기사를 나눠서 각자가 열심히 서로를 도와야(사실 마법사가 모든 걸 해줘야) 깰 수 있는 게임이었다.

게임을 다 깨고 캡처로 알게 된 게임 이름. 사실 영어로만 나와서 스토리도 잘 모르겠다ㅋㅋ

 밤 늦게까지 열심히 해서, 막판에는 야매까지 춍 동원해서 간신히 7시간 정도만에 다 깼다. 여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언니가 갑자기 목이 아프다고. 급하게 사다 둔 자가키트를 꺼내 본 결과 1줄. 열도 36.9도. 이상하긴 한데 평소에 잘 아프지 않는 언니가 아프다며, 사내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나는 부서원 확진으로 재택인 상태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야근 시즌이라 아무 생각 없이 점심이나 잘 챙겨먹을 수 있으려나 싶었다.


 그러다 언니한테 받은 연락은, 사내병원을 갔더니 38도가 넘어서 바로 PCR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으아아악 그때부터 패닉. 일단 부서에 보고도 하고, 언니가 일단 검사하고 집으로 온다니까 밥도 해야 하고, 근데 우리 집 너무 작아서 분리가 안 되지 않나...?나 어제 음성 나왔는데, 왜지? 어제 부른 친구는 어떡하지? 생각은 정리가 잘 안 되고, 일은 일대로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일단은 언니가 아프다니까 챙겨 주고, 약이 없다니까 약도 좀 사오고, 먹을 것도 좀 쟁여 놨다. 그렇게 기다린 결과는 결국 양성. 회사고 본가고 오만 곳에서 언니랑 분리하고 뭐 하고 하라는데 될 리가 있나. 전날 밤에도 빙수를 같이 퍼 먹었는데... 그냥 일하는 공간 정도만 분리하고 병수발을(?) 나름대로 들려고 노력했다.

 

 그 뒤로 이어진 코 수난 퍼레이드. 일단 부서원 검사날(1일차) 자가키트, 2일차 밀접 접촉자 PCR. 3일차 언니 확진으로 자가키트, 4일차 확진자의 동거인으로 PCR. 그 뒤로 5일차, 6일차 매일 자가키트를 하다가, 6일차에 목이 미친듯이 아프기 시작해서 보니 2줄이 떠서 PCR을 받았는데, 난데 없이 음성이란다. 일요일에 만난 친구는 비슷한 시간에 검사한 결과 양성이 떴다....ㅠ 이 친구도 월요일 밤에는 한 줄이었다.


 아무튼 진짜 두 줄이었는데, 하며 억울해서 결과를 보자마자 자가키트를 해도 바로 두 줄이 나오는데! 생각해보니까 나는 자가키트로 목까지 검사를 했는데 PCR에서는 코만 했었고, 그 날 하필 막힌 코에 찔렀던 것이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하고 코만 자가키트를 하니 한 줄이 떴다. 진짜 너무 황당하지만 이 말 대로 회사에 보고를 해 보니 병원이 전문성이 높은데 그럴 리가 있냐고, 네가 잘 못 한 게 아니겠냐고. 병원 가서 신속항원을 받고 오라고 해서 진짜 너무 서러웠다.

요 짤을 보고 목까지 검사했다. 구역반사를 조심하라고 하는데, 확실히 먼저 결과를 알 수 있긴 하다.


  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현실적으로 더 아프기 전에 움직이기 위해 옆 동네까지 가서 신속항원을 받았다. 1시간 반을 기다리긴 했지만(누가 옮을까 너무 걱정됐다), 선생님이 정말 친절하셔서 목도 검사해달라고 하니 사유를 물으시곤 보통 목을 안 해주는 사유를 말해주시고(짧고 목을 하도록 나온 구조가 아니라고 함), 걱정되면 코 먼저 해보고 정말 1줄이 나오면 목도 해보자고 하셨다. 결론은 내 말이 았고, 선생님 말씀은 아직 코까지 올라오지 않고 코로롱이 진행 중인 걸로 보인다고. 진단을 위한 진단 받으시느라 정말 고생하셨겠어요- 하시는데 진짜 눈이 찡 했다.


 기다리는 게 힘들긴 했지만, 확진이 떠야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약 처방도 해 주셔서 약도 생겼고, 그걸 들고 경기 남부에서 유일하게 밤 늦게까지 검사를 해 준다는(그리고 목도 검사를 해 준다는) 용인서울병원 선별진료소를 갔다. 블로그 이런 곳에는 3/9일까지도 진료의뢰서나 양성 뜬 자가키트 들고 가면 줄이 짧댔는데, 아니었고! 3/10일엔 9시 17-8분쯤 갔는 데도 내 앞에 대충 60명 가까이 있었다. 그래도 공장처럼 줄이 빨리 빠지는 편이었다. 9시 45분쯤 받고 나왔던 것 같다.

 

 결과는 10시 전에 받으면 10시 전에 나온다는 글을 봤었고 3/9일까지는 새벽에도 나온댔어서 새벽 내내 한 시간마다 깨면서 봤는데도 안 와서 몸만 더 버린 기분이었다. 11시까지도 결과가 안 나와서 근처에서 다시 받아야 하나 하고 코로 해도 이제 나오려나 싶어서 자가키트를 한 번 더, 이제는 희미한 한 줄이 더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더 아프게 해야만 나오는 확진이라니... 몸 상태도 너무 안 좋은데!


 아무튼 내 결과는 점심쯤(12:7분) 결과가 나왔다! 이걸 참 다행이라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양성이 나왔어서 마음은 편해졌다. 약간 목 씻고 내 차례를 기다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기다림이 끝나서 차라리 후련하달까. 아니 근데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벌써 7일째 검사 말고는 격리 중이었는데, 오늘부터 또 7일이나 격리라니. 세상 지겹고 큰 집 살고 싶다....흑흑 어제만 7번 찌른 내 코, 고생했고 다시는 이런 경험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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