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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호야 Apr 13. 2022

ㅇㅇ님 지금 너무 감정적이시네요.

오늘따라 화를 참지 못 했다.

 나는 사회생활이 맞지 않는 게 아닐까. 소제목에 오늘따라 화를 참지 못 했다고 적었지만 맞게 적었는지 잘 모르겠다. 화는 언제나 났다. 소심해서 내진 못했었으나. 이 화가 일을 시작하고 나서 생긴 화인지는 모르겠, 음 아닌가. 학생 때도 화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저,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몰리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마주치는 인간 군상이 절대적으로 더 많아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논리적이지 못해 설명은 못 하겠지만 이 비논리적인 화가 오늘 튀어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업무적으로 얽혀 있는 묶음의 (서로 다른 조직 소속의)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부서(나)에서 그 사람들의 자료를 모아 외부에 제출한다. 지난 번에 몇 주 동안 야근한 게 그거다. 이 자료의 문제는, 이미 다 확정된 내용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변경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제출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변경이 생겼다. 헌데 이 변경이 다른 사람들의 자료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보통 바쁜 시즌에는 설명할 시간에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전체 메일을 뿌리고 전화를 돌려서 수정사항이 있는지를 알아봤는데, 문제는 내가 오늘 어깨가 너무 아파 외부 병원을 예약했다는 거고 내일은 휴가라는 거다. 그래서 요 사정을 말씀드리고 그 변경이 있는 부서 담당자에게 수정사항 확인이 필요한 실무 담당자 명단을 뿌리면서 니가 확인하고 내가 나가기 전까지 1시간 안에 결과를 알려달라, 고 했고 30분이 지나 사무실을 정리하는 찰나, 나는 대표 부서가 아니니 그런 요청은 할 수 없다. 니가 해라. 는 답이 왔다. 그래서 바로 전화를 걸어 이건 대표 부서랑 상관이 없고, 저 실무자들은 답을 잘 준다고 설명을 했고 담당자도 알았다고 했다.


 근데 약 1분 뒤, 그 사람 상사한테 전화가 왔다. 너도 알고 있었지 않았냐. 이 미리 하는 작업이 허점이 있다는 것도 알지 않냐. 이런 변경이 싫으면 무조건 변경을 4.8일 이전에 해달라는 공문이라도 달라. 그리고 니가 하라니까 하겠는데 프로세스를 어겨가며 이런거 시키지 마라, 고. 너 아픈 거 뭐 그런 사정 다 알겠는데 그러니까 해주는 거다, 라고.


 음. 화가 너무 났다. 근데 내가 말을 너무 못 하는 거지. 도대체 이게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아니 니네한테 발생한 변경이잖아. 저 공문은 또 무슨 개소리야. 그걸 말하는 게 아닌데 논점 흐리는 것도 기분 나빠. 웅얼웅얼 대응하려 하다가 너무 화가나서 그냥 제가 할테니 신경쓰지 마시라고요. 하고 끊어버리고 울었다. 말을 제대로 못 하는 게 사실 제일 화가 났다.


 사실 내가 이 부서에 와서(만 4년 반 됐다) 이런 식으로 남의 전화를 끊어 본 건 처음인데(이 정도로 화낸 적은 두세번 째... 인가?), 옆에서 내 전화를 듣던 사수가 내 눈치를 보다가 무슨 일이냐며 자기가 해줄까냐고.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하고 나니까 아니 뭐 우리 일은 아닌데 그냥 우리가 하는 게 편하긴 하지, 라고 하셔서 다시금 화가 났다. 이러니까 맨날 우리더러 하라고 하고 우리 일이라고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거지! 싶어서 엄밀하게 따지면 이게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아니죠. 급하니까 해줬던 거죠, 라고 말하고 제가 그냥 할게요 하고 메일을 뿌렸다.


 그 사이에 저쪽 상사께서 나더러 ㅇㅇ님 지금 너무 감정적이시네요. 근데 해결방안도 없는 채 그대로 끊으시니 불쾌합니다. 라고 와 있었다. 걍 씹으려다 형식적인 사과와 내 의견(끊은거 미안 근데 그거 니네 일이고 프로세스를 몰랐다니 앞으로는 그게 프로세스라고 안내할게)을 보내고 껐다. 그냥 병원 다녀와서 밤에 집에서 재택으로 해야겠다 싶었다.


 병원도 원래는 택시를 타려다가 도무지 화가 가라앉지 않아 친구에게 설명을 하면서 마음을 정리하면서 미스트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기분도 나쁘고 어깨도 너무 아프다. 병원에 와서도 검사는 오늘 되더라도 결과는 다음에나 들을 수 있다고... 하시는 등 되는 일이 참 하나도 없다. 일단 두 시간을 기다려야 검사를 한대서 앉아서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데, 메신저는 꼴도 보기 싫어서 가방에 넣고 탈의실에 잠가버렸다. 내가 지금 감정적이어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건지, 이게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이 아니었던 건지. 하 재수없어. 그 와중에 정신을 차리고 나니 우리 나쁜 말 못하는 임신 중인 옆자리 분께 나쁜 말(미친놈, 싸가지없어라고 혼잣말을 했다)을 들려드린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남자 사수처럼 유들유들 넘어가지 못하는 것도 또 화가 난다. 맨날 호인처럼 어지간하면 그냥 좀 해줘~ 하던 나의 상사도 오늘따라 밉다. 아마 상사 앞에서 싸웠어도 내가 잘 달래볼게 하실 것 같고, 사수에게 하라고 했겠지. 내가 잘못한 걸까? 사회생활을 너무 못 하는 걸까? 나는 사람 도와주는 게 좋아서 어지간한 건 최대한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를 호구로 만들었던 걸까.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나를 포함해서 다 너무 싫다. 사람도 싫고. 몇 달 만에 고작 하루 쉬는 휴가 전날인데 하나도 괜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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