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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학교3학년,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하다.

by 신언니



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나의 삶을 위한 첫 선택은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짓는 것에서부터다.


중학교3학년 교실들이 북적북적했다.

매년 10월 경이되면, 중학교 3학년 교실에는 상업고등학교 재학 중인 선배들이 홍보를 나왔다.

보통은 본인이 졸업한 중학교로 배정을 받아 자신들이 몸 담고 있는 고등학교를 홍보하러

직접 방문을 하는 것이다.

중학교 교무실에 들러 학과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후 3학년 교실을 돌면서

후배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물론 모든 수업시간을 할애하여 홍보를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어느 정도의 짧은 시간만을 허락할 뿐이다.


여느 날처럼 그날도 나는 친구들과 교실 뒤편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앞문에서 똑똑 소리와 함께 고구마색 교복을 입은 언니들이 우루룩 들어왔다.

대여섯 정도의 인원은 교탁 앞에 자리를 잡고 떠들고 있던 중3 아이들을 집중시켰다.

"모두 차렷! 안녕하세요. OO고등학교에서 나온 00 중학교 졸업생입니다."

내가 기억하기론 나와 같은 중학교 졸업생 선배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방문한 인원 모두 졸업을 곧 앞둔 고3이었더랬다.

그 대여섯 정도의 인원은 각자 본인들의 역할이 정해져 있었다.

누구는 중심에서 리더로의 역할을, 어느 누구는 피켓을 들어 홍보를 ,

또 어느 누구는 전단지를 나누어주며 설문조사를 , 또 어느 누군가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어느 하나 소홀히 준비해 온 사람이 없이 열정적으로 홍보에 임하는 것 같았다.


늘 친구들과의 대화만 있었던지라 나보다 3살밖에 높지 않았던 그 선배들이

엄청 커 보였다. 어린 마음에 다 큰 어른이 들어와 인사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확실히 중학생과 [ 고등학생은 다르구나 집중하게 되었다.

20분 남짓하는 시간 동안의 홍보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성적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중간정도의 나는 그 선배들의 말들에

까딱 인형처럼 연신 머리를 흔들어 보였다.


졸업을 앞둔 그 선배들의 진로는 다양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선배도 있었고, 진학을 목표로 수능준비를 하는 선배도 있었고,

이미 금융기관에 입사를 확정 지은 선배도 있었다.

또한, 입사지원을 내고 결과발표만을 기다리는 선배도 있었다.

선배들은 자신의 진로들을 이야기해 주며, 다양한 진로방향성을 설계할 수 있는 본인들의

상업고등학교를 자랑스럽게 설명해 나갔다.


그날 이후 나는 며칠을 생각에 잠겼다.

한 번도 상업고등학교 진학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는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단 생각에 한참을 고심했던 기억이다.

분명 입학지원을 한다고 해서 바로 입학 확정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서류접수를 하고 합격발표를 따로 기다려야 한다고 했었다.

나의 고민들은 분명했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는데 며칠이 걸렸다고 했지만

깔끔했었다.

대학진학은 무조건 도전할 것이었다.

취업이 먼저인지, 진학이 먼저인지의 문제였을 뿐이었다.

어차피 나의 현재 성적으로 일반고를 들어간다고 하여도 대학진학을 실패하였을 경우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나는 취업을 하여 경력을 쌓은 후, 열심히 돈을 모아 대학등록금을 마련해

대학진학을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그때 나는 혼자 나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지은 후 부모님께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저런 선택지가 있다고 함께 고민을 하는 시간에

스스로 나의 미래를 그려본 후 내가 결정짓고 싶은 방향성을 설명하는 선택을 했었다.

나의 결정이 단호해 보여서인지 단단해 보여서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저 나의 결정에 응원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삶을 위한 첫 선택을 결정지었다.

그 선택은 지금의 나를 완성시켰다.

그때 선택한 나의 전공으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후회 없는 직장생활을 이룰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택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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