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포항 스틸 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작을 브런치에서 다시 선보입니다
들어가며
지난주 월요일, 첫 글을 올리며 브런치에서의 소중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보육 현장의 생생한 숨소리를 전하기에 앞서, 오늘은 제 글쓰기의 시작점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되어준 글 한 편을 두 번째 발걸음으로 꺼내어 놓습니다.
이 글은 '제9회 포항 스틸 에세이' 공모전에서 포토 에세이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바늘과 실이 헝겊 위에서 어우러져 하나의 창작품을 완성하듯, 보육 현장 또한 교직원이라는 바늘이 부모라는 실을 꿰어 아이들이라는 대평원 위를 정성껏 누비는 과정이라 믿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지어주신 원피스를 입고 춤추던 그 소녀의 마음으로, 이제 아이와 부모, 교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이 따스한 어울림의 평원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바늘꽂이에는 굵은 바늘, 가는 바늘, 긴 바늘, 짧은 바늘들이 서로 어울려 빛나고 있다. 모두 각자의 역할과 가야 할 길이 있듯이, 우리도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나는 작고 뾰족한 바늘이었다.
존재감을 찾으려고 혼자 발버둥 칠수록, 그저 날카로움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만 줄 뿐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깊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래서 우리네 어머니의 반짇고리에는 바늘과 실, 헝겊이 늘 함께 있었나 보다.
혼자 앞만 보고 달리던 나는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마다 상처 구멍만이 빠끔빠끔했다. 그때, 누군가의 따스한 손길이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는 실과 인연이 되었다.
실과 한 몸이 되니 따스함이 찾아온 듯하였으나, 곧 답답함에 빠졌다. 우두커니 붙어있자니 서로 엇갈리고 엉키고 꼬일 뿐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
그때 맞잡은 손길에 의해 헝겊을 만났다. 헝겊은 일구고 가꿔야 할 대평원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헝겊 위에서 한 땀 한 땀 나아가다 보니, 엇갈림도 얽힘도 사라지고 제 위치와 속도를 찾으면서 부지런히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헝겊 조각을 잇대어 만든 조각 보자기, 상보, 이불, 원피스 같은 창작품이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기만의 원피스를 입고 사뿐사뿐 춤을 추는 소녀를 본다. 우리네 어머니는 이런 창작 활동을 통해 우리를 키워주셨다.
바늘이 실과 어울려 헝겊 위에서 한 땀 한 땀 이어간 길들이 결국 아름다운 창작품으로 피어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어울림의 미학이라는 것을, 바늘은 이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