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게 비린내 속에 묻힌 서른의 눈물

by 그저 나


“ 딸 같은 자식 돈을 어떻게 그러냐”


수화기 너머 울리는 엄마의 절규는

대게 찌는 뿌연 김 속으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제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옛말은,

17년 장사로 다져진 그의 뻔뻔함

앞에서는 무력했다.


대게집을 17년째 운영하며 건물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집주인은

시내에서 나름 소문난 '자산가'였다.


그러나 정작 내 돈 1,000만 원은 당장 못 준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중성에 치가 떨렸다.


남편과 함께 중도해지합의서와 도장을 챙겨

집주인이 운영하는 대게 식당으로 가던 날,


식사하러 온 손님인 줄 알고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했던 그들은

우리가 왜 왔는지 알게 된 순간,

한순간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돈 없다니까. HUG에서 돈 나오면 그때 줄게."


그의 입에서 나온 책임감 없는 말들은

이미 수많은 청년의 고혈을 짜내며

터득한 노련한 사기의 기술인 것 같았다.


우리의 대화가 조금씩 거칠어지자,

주방 뒤편에서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애 하나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집주인의 아들 같았다.

순간 말할 수 없는 역겨움이 올라왔다.


'자기 자식 귀한 줄 알면서, 남의 자식이 뼈 빠지게

일해 모은 돈은 귀한 줄을 왜 모르는 걸까.'


자기 자식 앞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도 않은 걸까.

나이 먹었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그날 뼈저리게 배웠다.


비릿한 냄새와 시끄러운 식당의 소음 속에서,

나를 지탱해 준 건 오직 내 손을 잡은 남편의

온기뿐이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넘지 못했을 문턱.


그는 떨고 있는 나를 제 등 뒤로 숨기며,

차분하게 핸드폰 녹음기를 켜고

집주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평소엔 순둥이 같던 남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사장님, 방금 하신 말씀 다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제 저희도 법대로 하겠습니다."


그 비릿한 대게 냄새 진동하는 가게 안에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사랑을 증명하는 건 어떤 화려한 예식장이 아니라,

이 지독한 싸움터에서 내 곁을 지키는

단 한 사람의 단단한 등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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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남편과 함께 생전 처음 보는 법률 용어들을 뒤지며 서른의 진짜 싸움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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