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

by 그저 나


“최소 3개월 이상 걸릴걸?

아가씨, 허그 서류 넣고 나오고 하면 금방 안 돼.”


나를 비웃던 집주인의 목소리가 무색하게,

내 서류는 완벽했다. 준비한 서류들이 빛을 발했다.


석 달은커녕 단 한 달 만에 HUG로부터

1억 원의 변제 결정이 떨어졌다.


은행 대출금이 상환되었다는 문자를 확인받은 순간,

매달 내 월급을 갉아먹던 금리라는 족쇄가 풀렸다.


하지만 사기꾼의 본성은 여전했다.

1억이 해결되자 그는 또다시 "명절 지나고",

"10월에"라며 내 개인 돈 1,000만 원에 대해

말을 바꿨다. 아마 그는 내가 이사를 가고 나면

흐지부지 포기할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7월 말, 나는 미련 없이 그 낡은 섬을 떠났다.

허나 그에게 현관 비밀번호는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

누군가는 "집주인이 문 따고 들어가면

그만 아니냐"라고 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임차권등기명령이 내려진 이 집은

내 천만 원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여전히 나의 법적 영토다.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그의 독촉 전화에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사장님, 나머지 천만 원 입금 확인되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그전엔 저도 이 집 못 넘겨드립니다.”


천만 원은 아직 그의 손에 있지만,

이 집의 열쇠는 내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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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는 패배자가

아니라, 내 권리를 담보로 잡고 당당히 새 삶으로

나가는 승리자로서 나는 이삿짐 트럭에 올랐다.


나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은 나 대신 아버지께서 법무사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내고,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여 그의 통장을 압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는 합의가 아닌 경매까지 고려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계신다.


결혼 준비와 전세 사기라는 양면전쟁을 치르며

잠도 못 자고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시간들.


해결 여부를 떠나, 이제는 아버지가 나 대신 그 험한

짐을 맡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감사했다.

사기꾼이 앗아간 내 시간들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나는 보란 듯이 행복해져야겠다.


비린내 나던 낡은 섬의 기억을 뒤로한 채, 트럭은 이제 우리의 진짜 보금자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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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예고]


“우리, 정말 여기서 시작하는 거지?”


전세 사기라는 거친 파도를 지나

도착한 우리의 첫 신혼집.


아직 돌려받지 못한 천만 원이라는 불씨를 품은 채,

우리는 생애 가장 눈부시고도 치열한

신혼생활의 막을 올렸다.


매일 밤 법률 용어를 뒤지던 예비 신부에서,

이제는 앞치마를 두르고 된장찌개

냄새를 풍기는 진짜 '아내'가 된 나의 일상.


그 평범해서 더 눈물겨운 우리들의 신혼 일기를

앞으로 적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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