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가줄 수 없는 본인의 길
조호바루에서의 느린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이제 개학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비자관련 처리해야할 문제도 있고 은행계좌도 개설해야하고
기숙사에 물건중 부족한 몇가지도 사야하며 이제는 기숙사에 아이가 거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조호바루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방법은
JB센트럴에서 기차를 탄다.
버스를 탄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이 2가지이다. 물론 택시나 차를 대절해서 가도되나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약 10만원가량.
조호바루로 다시 오는건 기차를 예매했으나 (엄마, 아빠만) 싱가포르로 가는것은 기차표가 없어서 버스로 가보기로했다. 버스로는 처음 가보는거라 떨리는 마음으로 JB센트럴 역 기차타는 곳이 아닌 버스타는 곳으로 내려갔다. 물론 출국심사는 동일하게 받고 타는 곳을 다르게 갈 뿐이다.
출근시간이 한창 지난 11시경인데도 버스를 타고 싱가포르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출국심사를 조호바루에서 하고 버스를 타고 가서 싱가포르 입국심사를 한다음에 또 다시 버스를 타고 싱가포르의 지하철을 타러 가야하는 노선이다.
짐이 많을때는 여간 힘든 과정이 아니다.
간단한 입국 출국 심사이지만 항상 떨린다. 혹시나 뭔가 착오가 있을까봐서 심사직원의 영어를 더 귀를 쫑긋학 듣게된다.
영어는 세계공통어지만 내 기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영어는 도통 못알아듣겠다. 영어를 우리나라보다 범용적으로 많이 쓰긴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못알아듣겠다는 것이다.
헤일리는 영어를 잘함에도 못알아듣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아직도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산넘고 물건너의 심정으로 (이런 과정을 매일하는 직장인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헤일리의 기숙사 근처에 도착해서 가까이 있는 무스타파 쇼핑센터로 향했다.
빨래건조대가 필요해서이고 워낙 대량 용품으로 저렴하게 판다니 구경도 해볼겸해서이다.
무스타파쇼핑몰은 인도인들이 많이 사는 리틀인디아쪽에 있다.
한국 식품부터 정말 없는게 없다. 약간 코스트코 같으면서도 남대문같은 느낌이다.
튼튼한 빨래틀은 무려 6만원이다. 그것보다 가볍고 허술한 빨래틀이 2만원대이길래 2만원대 빨래틀을 골랐다.
기숙사 사는 1년동안만 쓰고 미련없이 버릴 작정으로 비싼것은 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지금도 그걸 물건 맡기는데 맡기고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2학년때도 쓸 예정이다. 그럴줄 알았으면 좋은거 사줄껄 ..
무스타파는 워낙 대용량이라 크게 살게 없었다. 구경을 하고 이렇게 저렴한 곳도 있구나.. 싱가포르는 인도인이 참 많구나.. 정도 느끼고 돌아왔다.
한식이 먹고싶다고해서 한식을 먹으러 갔는데 여기 진짜 저렴하고 맛있다. 물론 반찬이나 서비스가 좋은것은 아니지만 메인이 한국맛을 많이 재현했다는 것이다.
헤일리는 아직도 여기를 주1회는 간단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김치찌개가 우리나라돈으로 12000원하니 물가비싼 싱가포르에서는 정말 저렴한 금액의 한식이다. 헤일리는 여기 단골이 되었다.
주1회를 꼭 가다보니 사소한 일도 생겼는데... 뚝배기다보니 뚝배기안에 김치찌개가 끓어서 아이의 흰 티셔츠에 넘쳐서 튀었다. 놀래서 냅킨을 찾았으나 한국인처럼 보이는 주인은 냅킨은 사야한다고 하며 아이가 데거나 다친대가 없는지 관심이 없었고 원칙적인 얘기만했단다.
그 티셔츠는 결국 버렸고 아이는 한국이 좋다며.. 한국은 주인의 태도가 달랐을거라며 속상해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여기를 계속 먹으러 다닌다. 왜냐면 여기만큰 저렴하고 한국맛을 재연한 음식점이 없단다.
ㅋㅋㅋㅋ
기숙사에 사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어느새부턴가 기숙사에 살아서 여기에 터를 잡고 산다고한다.
학생들이 키우고 밥을 주고 기숙사 고양이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헤일리는 이 고양이한테 정이 많이 간다고 한다. 길고양이였으나 어느순간 사랑을 받고 정착을 한..
멀리서 온 유학생들 모습과 비슷한 느낌일까?
아이를 두고 이제 조호바루로 기차예매한 시간이 다가와서 (퇴근 시간 보다 일찍 와야 되어서) 조호바루로 향했다.
혼자 잘 잘지.. 여기서 잘 보내게될 삶이 걱정이 되지만 웃으면서 쿨하게 안녕 ~ 통화해 ~하고
돌아서왔다.
길게 인사하는 것은 괜히 더 슬프기만 할뿐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있기에 아빠가 먼저 한국으로 가는 날 엄마랑 다시 만나자고 하고 돌아섰다.
마찬가지로 이제 싱가포르에서 출국심사를 하고 기차를 타고 다시 말레이시아에서 입국심사를 하고 나오면 된다. 이것도 이제 해봤다고 익숙해졌다. 남편과 나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서로 속 마음은 같을거라 짐작이 된다. 어떻게 대신 해줄 수 없는
아이의 독립의 길이자 홀로서기의 길이라는 것을 둘다 알기 때문이다.
기차를 타고 오는데 우리 숙소도 보이고 괜히 좀 맘이 짠하기도 하지만..
아이의 인생은 홀로 걸어가야하는 아이의 길이 있기에
더이상 내가 관여해줄 수 없기에
마음을 꽉 다잡았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니까.. 홀로 걸어갈 수 있게 해야만 한다고..
엄마는 엄마의 길을 가고
아이는 아이의 길을 가는게 인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