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라는 왕관

헤일리에게도 찾아온 인생최대의 왕관

by 포헤일리

오지 않을 것 같던 나에게도 첫 고3학부모라는 시간이 다가왔다.

지난 2년을 생각하면 하루도 쉬운 날은 없었기에 국내 공립고등학교의 학부모처럼 고3의 무게가 더 무거울 것이라는 부담은 애초에 갖지 않았었다.

고3학년이라는 시간은 세계 어느나라 학생들이나 한국 학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인생 일대의 중요한 시기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학기를 시작하는데 벌써 학부모 면담을 주르륵 진행한다.

각 과목별로 선생님과 1대1 면담을 하고 최종적으로 담임선생님과 향후 진학에 대한 상담을 하게된다.

학기초부터 힘이 빡 들어가는 상황이다.

고3이 되자마자 겨울방학인 1~2월부터 화학 눈문을 위한 실험에 돌입하였다.

원하는 재료가 학교실험실에 다 없기때문에 종로의 한 화학재료상에 문의를 하고 퀵으로 받는등

엄마인 나도 같이 실험을 참여하는 느낌이었다.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이 되면 바쁠 것은 뻔하기때문에 헤일리는 실험을 방학때 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험을 할 수있는 시간의 제한도 있고 방학인데 담당 선생님이 와주실일도 만무하였다.

그래도 재료도 거금을 들여 준비해두고 선생님의 참여하에 안전하게 실험을 반에서 가장 먼저 마쳤다.

이런 부분은 아이의 성격적인 면도 있겠지만, 다른 여러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자하는 눈물 어린 분투였던것 같다.

학기가 시작하면 학기중에 따라가야할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 쉽게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본인이 더 잘기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실험을 마치고 논문을 써가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거의 매일 조금씩 써가면서 수정하고 다시 쓰고, 대학 논문이 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던 것같다.

실험결과는 예상한거대로 나온 부분도 있었지만 예상하지 않은 오차도 있었기에 그 부분도 솔직하게 쓰며 왜 그 결과가 나올 수 없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았다.

결론적으로는 점수가 꽤 잘 나왔고 거의 최고점을 받을 수 있었다.

화학 하이레벨은 시험자체도 어렵지만 기본 논문 (확장에세이)를 잘 써야했기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과정을 겪어본 아이는 아무래도 힘들었겠지만 높고 험난한 산을 정복해본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고등학교3학년은 6개과목에 만점이 각 과목당 7점에 소논문(Extended Essay), 지식이론 (Theory of Knowledge)을 평가하여 3점이 배정된다. 따라서 42점에 추가로 3점이 되어 만점이 45점이 되는 것이다.

각 과목당 6점에서 7점으로 올리는 것은 상담한 노력이 필요하고 아예 올리기 기대가 힘든 과목도 있다.

특히 하이레벨 과목인 영어 B는 그러했다.

영어 B는 6점을 맞는 것으로 확정을 하고 나머지 수학과 화학에서 6점~7점을 맞아줘야 목표대학을 갈텐데 걱정이되었다.

학교에서 자체로 평가하는 내부평가에서는 꽤 높은 점수로 예상치가 수학과 화학이 7점이었던터라 기대를 하고 있었다.


특히 3점 배분이 되는 지식이론과 소논문은 3점 만점을 받자고 결심을 하였다.

하지만 이것에서 3점을 맞기란 아주 힘들고 선배들을 봐도 2점을 맞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였다.

지나서야 생각이 들지만 헤일리는 이 3점을 만점으로 맞았다.

학년에서 공부잘하는 애들도 맞기힘든 거의 힘든 경우였다.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잠깐 생각해보니

헤일리는 소논문 화학을 위해서 실험계획서도, 실험도 가장 먼저 준비하고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었다.

헤일리가 모든걸 완료하고 제출할때까지도 완성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허다했을 정도니말이다.

이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기에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치를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험 계획을 위해 브레인 스토밍을 엄마인 나와 2학년 겨울방학 내내 자료를 찾아보며 고민했었다.

겨울 방학 내내 화학 실험이 24시간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을 했었다.

몰입이 그래서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또한 지식이론은 어떤 철학적인 이론에 내 생각을 창의적으로 예시와 함께 제시하는 에세이이다.

철학적이면서도 창의적이어야하고 뻔하지 않아야하며 어떤 것에서 새로운 지식이론을 하나 만들어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얼마나 생각을 많이해야하는 분야인가..

평소에 하지 않았던 방식의 과제를 하려니 머리가 지끈 지끈 힘든 내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엄마로써는 이런 과목의 경험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공부하면서 언제 이런 고민과 창의적인 이론을 만들어서 도출해내보겠는가?

IB디플로마는 어려워서 그렇지 현존하는 과정중 개인적으로 최고의 학습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소논문과 지식이론은 공부를 하면서도 내내 염두해두고 고민하고 이끌어낸 영혼의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그것도 이걸로 만점을 맞았으니 다른 과목 만점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제일 자랑스럽다.

아이도 이걸로 인해서 스스로 많은 성장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여름방학이 되고 마지막 논문들 과제와 여러가지 해야할 지식이론, 창의, 활동, 봉사도 마무리에 이른다.

봉사로는 고려인 아이들을 가르쳤다고 했었고, 학교에서 사물놀이에 들어가서 장구와 북을 배웠다.

한국 정통 악기의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사물놀이는 선생님을 초빙하여 배웠고 손이 아파서 붕대를 감고 발표회도 하는등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전통 사물놀이패처럼 복작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걸 보니 한국인으로써 고등학교때 아니면 경험해보지 못할 부분을 한거 같아 바쁘면서도 여러가지 활동을 하게 된거도 감사하게 생각이 든다.


이제 며칠 후면 파이널 시험이 있어서 6과목 시험을 치르게 된다.

떨리기도 했지만 이게 평소에 해야하는 공부였고 그 과정들 속에서 평가하는게 워낙 많고 필수로 제출해야하는 것들이 많았기에 떨리기 보다는 묵묵히 하던대로 하면 되었다.

시험이 제발 아이가 술술 자신있게 잘 써내려갔으면 하는 바램밖에는 없었다.

문제를 더 푼다고해서 성적이 갑자기 오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공부했던 것을 차분히 복습하고 기출 문제유형을 살펴보고 써보는것이 가장 최선의 대비였다.


그렇게 파이널 시험을 보게 되었고 , 시험은 하루에 다 치르는 것이 아니고 과목별로 난이도별로 날짜가 다르게 거의 한달 동안을 시험을 보게된다.

한달동안은 그저 아프지 않고 실력대로 다 써내기만을 집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수능처럼 하루에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오는 시험이 아니기에 긴장이라기보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무거운 왕관을 쓰고 있는것처럼 인내해야하는 기간을 아이는 묵묵히 견뎠다.

이 한달은 아이가 크는 동안 보내왔던 한달 중에 가장 긴 한달이었다.

엄마로써 해줄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고, 그저 맘을 편하게 먹게하는 말들을 해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비교적 잘 본거 같다고 과목별로 시험을 본 후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상당히 어려웠다고 결과는 객관식이 아니기에 채점자의 평가에 의해 점수가 매겨지기에 예상할수가 없었다.

학교 선생님들이 예상한 프리딕 점수로만 대충 어느 대학쯤 가겠거니 맘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코로나 펜데믹이 지나고 첫 학년이라 시험이 본격적으로 까다롭고 평가도 짜게 줄 거라는 예상을 하긴 했지만 결과는 나와봐야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주사위는 다 내던져졌고, 아이는 3년이라는 길고도 쉽지 않은 시간을 묵묵히 다 견디고 지나가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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