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공부의 성적표
1월2일
드디어 시험 점수가 나왔다.
예상점수가 45점 만점에 42점으로 나와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밤 12시에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점수를 확인했는데
설마.. 이 점수가 사실이라고?
한 과목의 최고점이 7점인데 6점과 7점 사이의 총점이 나오면 아깝게 6점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1점 부족한 6점짜리 과목이 3과목이나 되었다.
현실이 믿기지가 않아서 한참이나 화면을 쳐다보았고
재채점을 요청하자하고 애써 웃으며 잠을 자러 갔다.
잠이 하나도 오지 않고
꼬박 밤을 새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이 머리 속에서 지나가며, 별의 별 생각이 다 났다.
이 점수가 12년의 결정체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가기위해 그동안 공부했다고해도 과언은 아닐터인데..
고등학교3년동안 아이의 노력을 알기때문에 더 맘이 아팠다.
그냥 예상점수에서 좀 낮게해서 40점 정도만 나와도 괜찮았을텐데말이다.
재채점을 신청을 할꺼긴하지만 조바심이 난다. 이 점수가 확정이 되어버릴까봐.
싱가포르 대학을 혹여나 못가고 홍콩대학을 가야만하는 상황이 펼쳐질까봐.
걱정에 걱정을 더하며 잠을 못자고 뒤척이기만했다.
아이도 그랬을거라싶은데, 그래도 애써 웃으며 다른 아이들 결과를 수소문해보니 다들 점수가 낮게나왔다고한다. 코로나때는 전체적으로 점수가 좀 후한편이었는데 점수 허들을 올린다는 예상들은 난무했지만
이렇게 직접 받아들고나니 앞이 캄캄하다.
목표로 했던 싱가포르 대학은 고사하고 홍콩 대학들도 보험으로 생각했으나 다 넣어놔야할판이었다.
엄마들 단톡방에도 점수얘기로 난리가 난 상황이지만,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이고 재채점을 하거나
시험을 다시 보는 걸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시험을 다시 볼 수 있으나 3개월 정도 더 공부해서 5월에 시험을 보는데 그 점수결과로 대학의 당락여부가
싱가포르는 바뀔지 미지수이긴하였다.
왜냐하면 5월 정도에 본다하더라도 점수는 더 늦게 나올 것이고 싱가포르 대학들은 발표가 많이 난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재시험본 점수로 떨어진 대학에 어필을 할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확실치 않는 상황이었다.
일단 아이와 재채점을 3과목을 요청하기로 하였고 이것도 비용을 따로 더 내야만했다.
그런데 만약 재채점해서 점수가 오르면 재채점 비용 낸 것은 돌려주는 제도였다.
그렇다고 목표대학이 바뀌진 않았지만, 홍콩대학들에 대한 지원에 더 많은 신경이 쓰여지는건 사실이었다.
또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중 지원대상 대학이 아니었던 SUTD라고 신생 국립대인 기술 디자인대학까지 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예상점수에서 실제 점수가 낮아짐으로 인해서 컨설팅을 받아왔던 유학원과 변화가 있게되었다.
목표대학은 그대로이긴했지만 추가로 다른 대학들도 더 넣어야했고
그 유학원은 상위대학인 NUS, NTU 대학 2곳이 전문이었던지 나머지 대학들의 입시정보는 전혀 없었다.
대학별로 다른 지원양식이 있었기에 들어가서 확인해야했고 그것에 맞춰 준비해야했으나
이 유학원은 아이가 알려줄때까지도 지도를 잘못하고 있는걸 몰랐었다.
300만원 넘게 컨설팅비용을 줬는데도말이다.
아무리 대학을 더 추가한다고하더라도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면 알것을 .. 그런 기본 성의조차 없는 곳이어서
안그래도 점수때문에 속상한 아이 마음을 한번더 힘들게 한 곳이다.
대학 컨설팅 유학원들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을 많이 받아서 관리를 해야하기때문에 같은 학교를 지원하면 편하긴 할것이다. 다 알고있는 지원양식에 조건에 그냥 잘썼는지 봐주기만하면 되니까말이다.
어차피 자기지원서도 스스로 써야하지 유학원에서 써주는 것은 아니다.
이 유학원 컨설팅도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올 것에 대비한 안심료인 셈이었다.
대학입시라는 중대한 과정을 책임지는 대입컨설팅이라면 책임감의 무게는 다른 곳과는 더 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관련 선생님이 3분이 넘었지만 아무도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일부 환불을 받았지만, 홍콩대학은 점수로도 이미 합격할 곳이었기에 컨설팅을 받았다고 조차 할수 없었고
사실 싱가포르 대학을 위한 투자였었다.
담당 멘토 선생님은 끝까지 자신이 잘못한부분과 관심조차도 없었음에 사과를 하지 않았다.
NUS를 나온 분이라는데 이 부분에서 대학과 인성은 정비례가 아님을 한번 더 느끼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저렇게 키우지 말이야한다. 잘못한 부분은 사과하고 상황을 해결을 할 방도를 빨리 찾는게 급선무일텐데.. 대표라는 분의 어설픈 변명만 카톡으로 전해받고 그곳과의 인연을 끝났다.
어디가서 소문이라도 내고싶었지만.. 그렇게 일하는 곳은 더이상 이야기할 가치가 없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장 눈앞에 입시가 더 시급하였기 때문에 맘에 여유가 없었다.
홍콩대학들은 그래도 다 붙었다고 3월즈음에는 연락이 왔지만 싱가포르 대학들은 지원 자체도 홍콩보다 늦은데다가 면접등이 남아있어서
결국 홍콩대학교에 디파짓 200만원을 내고 안가게 되면 날리는 돈이라 생각하기로했다.
싱가포르 대학 입시 과정은 떨리고 길었다.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대학에 또 면접이 있었고 면접을 볼때 어느때보다 많이 떨려했었다.
왜냐면
싱가포르대학밖에 선택지가 없기때문이다.
점수는 재채점요청한 상태였고..
결국 재채점해서 아이는 3점이 올랐다.
너무나 다행이어서 얼싸안고 기쁨에 눈물이 났다.
사람이 하는일이라 점수를 그렇게 1점 차이로 위에 점수와 차이가 난다면 그 선생님들도 다시 한번 고려해보실만 하긴하였다.
예상 점수로 싱가포르 대학은 무난히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는 겸손이라는 태도를 배우게 해주었다.
기대라는 거만의 마음을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한번 더 깨닫게 해주었다.
또 컨설팅 유학원과의 문제도 안겪었어도 되었지만 또 겪게 되었지만.. 그것마저도
더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홍콩대학교의 디파짓은 결과적으로는 많이 아깝긴했지만 그래도 재수를 할수는 없으니
안심료라고 생각하기로하였다.
기대는 태도가 되며 겸손이라는 태도는 더 적극적이고 현명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그 행동은 합격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