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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쁜 이야기 Mar 30. 2023

나를 품어 준 사람들

4.  목소리에 담긴 심성은 따라 할 수 없다.

얼굴이랑 몸매가 꼭 우리 아빠를 닮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좋아했던 가수가 있었다.


외까풀 처진 눈에 납작한 코.

깡마른 외모에 큰 입술.

그는.

그 당시 기준으로 분명 못생겼지만

토종 한국인의 평균 외모는 되시는

우리 아빠의

잘생긴 버전이었다.


Tv에서 가수 이상우를 처음 봤을 때

아빠가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환상 때문에

신기하고 무작정 좋아했는데

그것은

 TV라는 매체가 처음으로 사람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도구라는 걸 경험한 사건이었겠지만

그땐 너무 어려서 그런 걸 따질 만한 나이도 아니었다.


초등 3학년 때

우리 엄마를 꼭 닮은 고은아라는 여배우를 보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 (역시나 우리 엄마가 고은아 배우만큼 예뻤는지는 말할 수 없다... )

 Tv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옛날 영화를 우연히 보고는

엄마가 우리를 버리고 부잣집에 시집을 가버렸다고

이모를 붙잡고 울었던 기억도 난다.


크면서 아빠가 돌아가시고

학창 시절 공부나 하게 되면서

어느덧 잊혔지만

내 가슴속에

가수 이상우의 명곡인 비창은 늘 남아 흐르고 있었는데...

( 어른이 된 지금 다른 곡들은 중요하고 유명한 몇 구절들 외엔 거의 기억이 나지 않게 되었다)


우연히 흘러 흘러 다시 듣게 된  그의 노래에서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을 따라 부르다가...

알아 버렸다.


이분도 나혼가( 나 혼자 가수다.)라는 걸.



 "나 혼자 가수" 인 가수의 대명사는  임재범 씨라고 알고 있다. 너를 위해나 고해 같은 것들... 아무나 부르지만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하는 발성이라고. 노래방에서 남친에게 듣기 싫은 1위곡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누가 들어도 어려운 노래의 대가 임재범과

누가 들어도 쉬운 노래의 대가 이상우

그런데 그 음색과 맛을 일반인은 전혀 낼 수 없다면

그건 진정

그들이 나 혼자 가수이기 때문이 아닐까?


혹 그래야지만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스타성이 따라오는 것일지도...


그래도

설마... 그 꺼벙이 상우 오빠가?

하고 오늘은 "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을 따라 불러 보았으나 역시나였다.


다시 들어보니 이건....레전드였던 것이다.


시인지

노래 가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가사와

화인지 노래인지

구분가지 않는 그 목소리에는

순수한 심성과 의외의 남자다운 깡이 같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난 인생을 이만큼 살아버린 지금도

20대 시절 그가 낸 노래의 맛을 낼 수 없었다. ㅠ. ㅠ


가끔 생각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가수.

이상우.


만난 적도 없지만

바람에 날리는

전자파 중에

나의 성장기를 맴돌았을 그 목소리가


이제는 나의 성숙기에 다시 나타나


양자역학의 전자도 아니면서

불확정성 원리를 따라

갈팡질팡

봉두난발 같은 인생길을 가고 있는

나를

품어주었다.


그분은

만나기 전부터 나를 품어준 가수다.


그분 가족들의 선하신 삶도 보게 되었는데

이미 유일한 그 목소리 안에 그 모든 운명이 다 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https://youtu.be/u6ccxVKW4U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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