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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Jul 22. 2023

트롬쇠*의 밤     

-오로라의 비밀

1.

노르웨이로 향한다


북극 도시의 하늘은 정갈한 별을 모아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유난히 반짝이는 한 개의 별이 구름을 두르고 의식의 서막을 알리면

무대 끝에서 걸어 나와 빠르게 유희하는 빛의 아리아


포우의 시문이 열린다

바닷가 왕국 무덤에서 깨어난 에나밸리는 빛으로 만든 옷을

입고 새처럼 날아오른다

누구나 죽으면 새가 된다고 믿었다

북쪽 하늘 끝 성운의 발아래 고요를 가르는 황새,

날개가 허공을 저을 때마다 물빛이 뚝뚝 떨어진다

에나밸리가 살고있을 북극성 마을에는 매일 축제가 열린다


하늘 숲 온기가 닿은 트롬쇠에서

상처 아물고 아픔 사라지는

축제의 자리에 머리를 뉘고

난 점점 작아져서

먼지처럼 가볍다


2.

미美를 정제하는 하늘로부터 예술이 꽃폈지만


신은 발전을 원하지 않았다

바벨탑이 무너져도 발전의 가속도가 지칠 줄을 모르고

파일 가득 찬 뇌가 끝없이 산출하는 욕망의 덩어리들

열렸던 사원이 점점 비밀스러워진다


사람이 기계가 되고 데이터 넘치는 봇이 사람이 된다

먼지 뒤덮인 하늘이 황새를 잃고 에나밸리를 지운다

죽음의 의미를 상실한 지구가 점점 버려져간다


3.

푸른빛 화살촉이 지구를 복원한다


에덴동산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선악과나무는 사라지고 뱀의 혀는 잘리고 여자가 산통을 하지 않는다

오존층 파괴와 돌연변이종의 역습으로 유리 돔에 갇혀 살다가 초기화된 지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위대한 작품 하나가 하늘 문을 열고 몸을 낮춘다

다시 날아오르는 황새의 날개 오방빛이 찬란하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 광활한 빛의 언어가 퍼득인다

벌레처럼 낮아져야 비로소 보이는

저 북광의 판타지아


무거워진 날개를 내려놓는다




*노르웨이 북극권 지역의 최대 도시이자 오로라 연구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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