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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영 Oct 06. 2023

#23년 아르코 문학 창작 발표지원 선정작(1)

시조

다월*  



낡은 집 한 채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뼈 사이로 관조하는 빛

보수가 시작되고

팽팽이 긴장 감도는 곳

상처를 발라낸다


연골이 닳아 버린 헤진 활막 사이를

서걱서걱 자르며 짜깁기 한 몸뚱이

단단히 한 몸 되는 과정이

MRI에 적나라하다



암호를 풀지 못한 현대판 난치병

독소로 독을 달래며 신열을 견뎌온 생

약방문 비밀 열쇠가

밤 어귀에 걸린다




* 다월: 콘크리트 타설 이음 부분에 전단 및 인장 보강을 위해 삽입하는 철근


~~~~~~~~~~


잃어버린 얼굴




총성과 비명으로 얼룩진 카불의 밤

주리를 튼 깃발이 자유를 삼키었다


겁 없는 자유수호자 외침

총성보다 섬뜩하다


절규했던 여인은 어디로 사라졌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하던

구호가 뱅뱅거린다

악몽이 시작되다


환하게 웃음 웃던 전광판의 모델들

시간을 되돌리며 부르카를 꺼내 입고

온몸의 소름을 덮고  

자유마저 덮는다


노예로 전락하는 유린된 자, 여자, 소녀,

무질서를 지배하며 무질서가 재생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암흑으로 사라진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

자연인



산기슭 집 한 채가 바람에 대롱인다

세상을 발아래 둔 지주망 속 오브제

적요를 발라 먹는다

달빛 한 점 수묵 한 점


숲마저 깊어지면 어둠이 눈을 뜬다

별들이 기록하는 봄밤의 출산기


-나무가 숨통을 멈추니

걸작이 쏟아졌-


햇귀를 물고 있는 저 빛나는 아기별

유랑자의 느낌표가 낮달처럼 걸린다

고요가 밀려 나간다

명화 한 폭에 젖는다




작품은 문장웹진에 실려있습니다.


문장웹진

- https://naver.me/G2xUDI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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