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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

by Pelex

이형께

이형, 이렇게 다시 글을 드립니다.
처음에는 이형의 회사를 그저 지방의 작은 설계사무소쯤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래서 감히 무례한 부탁을 드린 건 아닌가 싶어 돌아보면 송구스럽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감히 바라보기조차 어려울 만큼 크고 든든한 회사를 일구신 걸 알게 되니,

정말 대단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무렵 허○이와 통화하며 “이제 나이가 있어 현장소장은 힘들다”는

얘기를 나누다 감리 업무를 물었더니,

“○형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저 말씀만 드리면 되는 줄 알고, 무턱대고 부탁을 드렸던 것이지요.

며칠 쉬어보니, 늘 현장에서 뛰던 몸은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산책이나 도서관도 하루 이틀이지 오래 버티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나이 탓에 건설회사 면접조차 만만치 않았지만,

여기저기 두드리다 보니 다행히 몇 군데에서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동 **장 현대화 사업” 현장에서 소장으로 다시 일하게 되었습니다.

공무와 공사 업무를 함께 맡다 보니 녹록지는 않았지만,

감리와 지역 상인분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하루하루가 참 분주했습니다.

무엇보다 나이에 ‘소장님’이라는 호칭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덕분에 제 삶에도 다시 활기가 찾아왔습니다.

이후 귀사의 모집공고를 보고 정식으로 지원하였습니다.

기술인협회 경력확인서에 누락된 아파트 시공 경력(2,718일)을 추가하고

다른 경력도 보완해 승인받았고, 교정된 확인서를 입사원서에 첨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귀사에 합격하여 함께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현재는 새만금 현장의 감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비록 공사가 일시 중단되어 잠시 재택근무 중이지만, 그만큼 감리의 역할과 무게를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예전 현장소장 시절과는 또 다른 보람이 있어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든든합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이 다 이형 덕분이었습니다.

또 우리 대학 00학번 동기인 허형, 김형, 장형에게도 마음 깊이 고맙습니다.

이 인연이 지금 제 삶을 지탱해 주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무엇보다 이형의 건강을 기원하며,

아울러 회사가 더욱 발전하여 큰 뜻을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게 주어진 이 길은, 단순히 직장의 한 자리가 아니라 삶을 다시 채워준 인연의 선물입니다.

그 감사가 하루하루를 밝히고, 그 여운이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됩니다.
오늘의 인연이 내일의 희망이 됩니다.

권○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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