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산에서 다시 모이다
1. 친구 따라 산에 가다
까까머리였던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들.
세월이 반세기나 흘렀는데도 다시 마주하니 참 감회가 새롭구나.
잊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깔깔대는 모습들이 얼마나 정다운지——
하지만 참말로, 내 마누라 말처럼 가로쟁이 찢어질 정도로 죽을 둥 살 둥 따라다녔네.
입술은 터지고 발톱엔 멍이 들었지만, 그래도 분봉대장 꽁무니 따라다니며 헐레벌떡 오르내린다.
건강해지긴커녕 밥맛이 뚝 떨어질 지경이었지.
이게 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가 아니라, 친구 따라 산에 간다 탓이다.
그래도 어찌나 즐거운지!
이게 모두 그놈의 분봉대장 꾐에 넘어간 탓이라네. 하하.
친구들아, 건강 자랑 하지 마시게. 먼저 가는 사람은 형님일세 그려.
이제 남은 인생, 천천히 천천히—관심과 배려가 있는 모임이면 그걸로 좋겠다 싶구나.
말 나온 김에 친구들 흉도 좀 봐야겠네.
돌배 이 교수야! 힘센 척하지 마라. 너도 신삥이라 나와 별다를 것 없을 걸. 내가 옆에서 다 봤다, ㅋㅋㅋ.
꺽다리**아! 바람에 흔들흔들 잘도 따라다니니 건강은 백 점이로구나.
쿠키 **! 장가 잘 갔다고 자랑 마라. 이 나이에 마누라한테 꼼짝 못 하는 건 너나 나나 똑같을 거야.
인삼 **! 딸 잘 두어 해외여행 다니니 부럽구나.
논두렁**이! 애인 잘 간수하라, 관리 못하면 내뺄 수 있다 (농담이야.)
대장 **! 너 정말 멋있다. 3대가 멋있네.(아버님. 아들)
샌님 **이! 친구는 여전히 샌님이구먼. 숨겨진 보물이야.
마지막으로 카투사 **이! 기억력과 체력은 감히 내가 따라갈 수가 없구먼.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본성은 안 바뀌나 봅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런 모습들이 왜 이리 정겹던지요.
박장대소 깔깔대며 웃다가, 나도 어느새 그 무리에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웃을 일이 없어 굳어 있던 얼굴이, 벗님들 덕분에 활짝 펴졌습니다.
“장가 잘 갔다.” “건강은 내가 최고다.” “우리 집 자식 자랑 좀 들어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자랑 반, 농담 반이었지만 듣는 이 마음은 100% 즐거움이었습니다.
웃음소리 덕분에 지하철 흔들림도 춤추는 음악 같더군요.
벗님들, 덕분에 참 즐거웠습니다.
건강 자랑은 조금 줄이고, 대신 오래오래 천천히 같이 걸어갑시다.
이쯤 되니 “참석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잠깐이었지만 친구들 새로워졌고, 고맙고 또 고맙네.
건강들 하시게.
2. 벗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벗님들, 고맙고 감사합니다.
어제의 그 모습이 내 본모습이었나 싶구나.
60여 년 전처럼 해맑게 웃는 벗님들의 얼굴이 너무 좋아 죽을 둥 살 둥 따라다녔네.
나도 그 일원이 되어 박장대소하고 깔깔대며 웃는 일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참 오랜만에 그렇게 웃었구나. 고맙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말동무도 없고 농담할 일, 웃을 일도 드물었으니—나도 모르게 움츠렸나 보다. 전생에 업이 많았나, 내 처지도 아직 풀릴 길이 먼가 싶기도 하고.
-어제의 농담말(문자)-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쓴 경고였을까?
벗님들, 미안하고 또 고맙습니다.
현장 일 때문에 토요일도 쉬기 어렵지만 틈나는 대로 벗님들 틈에 끼어 몰래 낄낄거리며 따라다니려 합니다.
고맙습니다, 벗님들. 틈날 때 또 끼어들게요.
오해할 친구가 있을까 걱정되어 다시 문자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