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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by Pelex

지난날의 오해는 흙에 묻고, 남은 날은 바람처럼 가볍게 함께 걷는 우리

미안하네,

친구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네.
다 내 모난 성격 탓일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네.
“마누라가 다른 사람과 싸울 때
잘했건 잘못했건,
마누라 편을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아마도 내가
친구와 어설픈 지란지교를
꿈꾸었나 보네.

그려, 이제는 다 내려놓았네.
우리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나.
잘해봐야 10년 안팎 아니겠는가.

지난날 다 잊고,
그냥 편한 대로 지내세나 그려.

그리고 내 죽으면
문상도 오지 마시게.
남들처럼 잠깐 들러
인사치레만 하고 가면
내 영영 서운해서 어찌하겠나.

다만 언젠가
친구가 외롭고 힘들 때
내 무덤가에 한 번쯤 찾아와
소주 한 잔 따라놓고
어린 시절 얘기하며
꺼이꺼이 울다 가게나.

하여튼, 남은 세상
건강하게 사시게나.

— 외로운 날에—


“서로의 묵은 감정은 흙으로 덮고, 남은 날들은 바람처럼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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