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 편히쉬십시요

“그립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by Pelex

2부: 아버지의 빈자리, 그리고 제자리

이제는 장남의 자리를 내려놓고,

그저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형제들의 우애를 위해,

남은 가족을 위해,

무언가 더 해보려 하지만,

늦은 감이 큽니다.

당신의 장남은

이제 고개 숙인 채 하늘을 봅니다.

딸아이의 병간호 25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네가 잘돼야 집안이 선다”던

당신의 말씀을 되새기며 버텨왔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급히 가실 필요는 없으셨잖아요.

당신의 친구들은 아직도 살아계십니다.

당신이 없는 집안은

기둥이 빠진 것처럼 흔들렸고,

저는 기댈 곳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우둔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그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입니다.

당신의 유산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더 화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걸 지키려다 서로 상처를 입었고,

그 아픔은 아직도 다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버지,

당신이 자랑스러워하실 만한 자손들이

이제 쉰 명을 넘어섰습니다.

다섯째의 아들은 K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연구원이 되어 결혼도 했습니다.

당신의 손자들이,

당신의 씨앗이

이토록 아름답게 열매 맺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장남의 늦은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