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이순을 지나 우리는
친구야,
쏟아지는 빗방울에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며
너를 떠올린다.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비도 참 많이 왔다.
이제는 태풍까지 겹쳐
계절의 끝을 알리는구나.
참 많은 세월이 지났구나.
어느덧 우리도
이순(耳順)을 넘겼다니.
늦게서야
세상에 나와
너희를 따라잡겠노라
안간힘을 다해
뒤돌아보지도
한눈팔지도 않고
앞만 보며 살아왔는데
그 세월이
그리도 빠듯했구나.
그러는 사이
언제나 긍정적이고
내게 도움만 주던 너는
조용히 내 곁을 지켜주었지.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너에게
‘말뿐인 친구’였던 것 같다.
너의 주변을 맴돌기만 했고
따뜻하게 다가가지도,
네 아픔에 함께하지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받기만 했구나.
외골수에
외로움만 가득한
이기적이고 별 볼 일 없는 나를
그래도 너는
항상 친구라 부르며
곁에 있게 해 주었지.
그래서 가끔은
그런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해.
용서해 줄 수 있겠니?
물론, 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게 무슨 말이냐, 우리는 친구잖아.”
그러겠지.
친구야,
자주 만나는 게
우정을 지키는 길이라더라.
우리,
앞으로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
기억할 수 있을 때,
걸을 수 있을 때,
서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자주 만나자.
그리운 마음을
미루지 말자.
그리고 지금,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나는 돌아본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혹여 너희들에게
눈살 찌푸리게 한 일은 없었는지
한 번이라도
오해나 편견을 품게 하진 않았는지
세모의 이 길목에서
조심스레 나를 돌아본다.
간혹은
내 마음이 편치 않았고
상처받은 날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하얀 눈 속에
조용히 묻어두려 한다.
그리고 올해,
나는 주님의 은총으로
세례를 받았다.
새롭게 태어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남은 생은
하나님의 아들로,
조금 더 사랑하며
조금 더 배려하며
살아가고 싶다.
무엇보다,
내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조용히 곁을 지켜준 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나는,
정말 너를
고맙게 생각하고
존경하고 있다.
친구야,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렴.
건강하자.
그리고 잊지 말자.
우리는,
끝까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