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남은 친구가 몇 명인지 세어보게 되었습니다

by 펠렉스

"내 곁에 남은 친구가 몇 명인지 세어보게 되었습니다"

휴대전화 연락처를 뒤적이다 문득 멈춰 섰습니다. 수백 개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만, 오늘 밤 당장 불러내 소주 한잔 기울이며 속내를 털어놓을 친구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손가락을 꼽아보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은 길었지만, 끝내 곁에 남은 이름은 생각보다 단출하다는 것을요.

그 단출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오늘은 오래된 편지상자를 열어봅니다.

친구여.

가슴 설레던 청춘의 기억을 한 가닥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는 오늘 그 시절의 우리를 다시 꺼내 본다네. 초·중·고·대 시절의 철없던 장난부터, 직장과 사회에서 만나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시간까지... 어느 시절에 만났든 내 곁에 남은 너희를 나는 이제 '인생의 전부'라 부르고 싶네.

정말 열심히들 살아왔구나. 이제는 누가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한때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고 믿었던 그 뜨거운 여운이 아직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지 않은가. 그래서 가끔은 억지로라도 큰소리치며 "나 아직 여기 살아있다"라고, 서로를 확인하고 싶은 나이가 되어가나 보네.

세상은 늘 변화를 말하지. 멈추면 뒤처진다고 우리를 다그치곤 했네. 하지만 친구여, 인생의 후반전에서야 나는 깨달았다네. 우리가 끝내 붙들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것을. 그리고 얼마나 잘 나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돌이켜보면 나는 너희에게 늘 좋은 친구는 아니었어. 모든 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정도 부렸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조금씩 배웠다네. 맞춰가는 법을, 배려하는 법을, 그리고 묵묵히 참아주는 법을 말일세. 형제보다 가깝다 말하면서도 정작 네 마음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지 못한 날들이 많았어. 곁을 서성이기만 했을 뿐, 진심을 다해 안아주지 못했지.

내가 잘 나간다고 착각하던 시절도 있었어. 내 사정만 앞세우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무례함과 이기심도 있었음을 고백하네. 우정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오히려 너에게 짝사랑 같은 서운함만 준 건 아니었는지... 이제야 머리 숙여 미안한 마음을 전해 본다네.

세월은 참 빠듯하게도 흘러갔지. 뒤처지지 않으려 한눈팔지 않고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종심(從心)의 나이를 훌쩍 지나버렸어. 돌려주지 못한 마음들이 문득문득 나를 붙잡더군. 함께 아파해 주지 못했던 순간들, 바쁘다는 핑계로 건네지 못한 말 한마디가 참 아쉽기만 하네. 그럼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아준 네 이름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고맙고도 저려온다네.

친구여, 이제 우리 조금 더 자주 얼굴 보며 살자꾸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사실이지 않나. 우리가 앞으로 만날 날이 계산기 두드린들 얼마나 남았겠나. 자존심이나 욕심, 조건 따위는 저 강물에 던져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손을 맞잡고 싶네.

사회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들은 늘 조심스럽더군. 좋은 말만 골라해야 하고, 보이지 않는 경계 속에서 웃어야 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허전한 마음을 안고 옛 친구인 너를 떠올리네. 투박하게 싸우고 서운해하던 그 시절이 오히려 단단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아.

인생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그리 많지 않을 걸세. 사진 몇 장, 짧은 기억 몇 줄, 그리고 우리가 나누었던 따스한 인사뿐이겠지. 그렇다면 남은 시간만큼은 서로를 떠올릴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아름다운 사이로 살아가고 싶네.

이제 우리, 자존심이나 조건 따위는 저 강물에 던져버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시 손을 맞잡세. 남아 있는 자존심이 있다면, 그것은 친구를 위해 아껴두자고.

친구여, 부디 건강하게나. 더 늦기 전에 서로에게 조금만 더 따뜻해지자. 시간이 흘러도, 이름을 부르면 마음이 먼저 울컥하며 반응하는 사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그런 마지막 친구였으면 좋겠네.

― 자네의 오래된 친구가.


글을 쓰며 손가락을 꼽아보니, 미안한 얼굴과 고마운 얼굴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엔 지금 누구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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