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창가에서

by 펠렉스

서럽게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는 또 한 번 떠나보내는 법을 배웁니다.

비가 쏟아진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낮은 숨처럼 고요하다.

나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커피 잔을 감싸 쥔다.
두 손에 전해지는 온기가
오늘 하루의 무게를 조금 덜어준다.

빗물은 쉼 없이 흘러내리지만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평온하다.
멈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흐르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자주 단단해지려 애쓴다.
흔들리지 않으려,
쉽게 젖지 않으려.

그런데 비 오는 날만큼은
조금 젖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눅눅해지면
오히려 오래된 먼지가 씻겨 나간다.

창밖은 흐리고
세상은 느리게 움직이지만
이 작은 창가에는
온기가 있다.

커피 한 잔,
빗소리 한 줄,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나의 하루.

비는 결국 그치고
창문은 다시 맑아질 것이다.
그때 나는
조금 더 가벼운 얼굴로
밖을 바라보게 되겠지.

오늘 당신의 창밖에는 무엇이 내리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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