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2026년의 봄)

by 펠렉스

마지막 겨울비가 차가운 지표를 적시면

지난밤의 설원도 소리 없이 사위어갑니다.

빗방울 머금은 초목들은 어느새 기지개를 켜며

다시 올 순리를 채비하고 있건만,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당도하는 이 봄 앞에서

나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빈손을 봅니다.

야속하게 빠져나가는 세월의 끝자락이라도

악착같이 움켜쥐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사입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

대책도 없이 또다시 봄을 맞이하고 있으나

이제는 마음만이라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유리처럼 투명한 하늘 아래 겸허히 서고 싶습니다.

피어날 꽃들의 아우성을 조용히 기다리며

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오늘,

내가 먼저 봄의 전령이 되어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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