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겨울비가 차가운 지표를 적시면
지난밤의 설원도 소리 없이 사위어갑니다.
빗방울 머금은 초목들은 어느새 기지개를 켜며
다시 올 순리를 채비하고 있건만,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당도하는 이 봄 앞에서
나는 무엇 하나 이룬 것 없는 빈손을 봅니다.
야속하게 빠져나가는 세월의 끝자락이라도
악착같이 움켜쥐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사입니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 가쁘게 달려온 일상,
대책도 없이 또다시 봄을 맞이하고 있으나
이제는 마음만이라도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유리처럼 투명한 하늘 아래 겸허히 서고 싶습니다.
피어날 꽃들의 아우성을 조용히 기다리며
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오늘,
내가 먼저 봄의 전령이 되어 당신께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