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또 한 해를 보내며

by Pelex

이兄!

누군가 말했지요. 인생 육십은 시속 60킬로로 달린다 했습니다.

그러더니 벌써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세상사라는 게 어찌 늘 내 마음 같겠습니까.

그저 참고 견디는 것, 그러다 돌아보면 또 한 해가 가 있는 법이지요.

하지만 올해는 유독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동생의 돌연사, 호주 사업의 실패, 아내에 대한 미안함, 직장에서의 불안함,

그리고 실낱같이 남아 있던 아들에 대한 기대감마저 무너졌습니다.

그래도 정신 하나로 버티며 살아왔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허전함과 강박이 뼛속 깊이 스며듭니다.

그냥 흘려버리면 될 말들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그래야 하건만, 마음이 그리 여물지 못한 탓이겠지요.

요즘은 상념에 잠겨 잠 못 들기도 하고, 입술이 트고, 펜을 들어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기도 합니다.

참 허무하지만,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습니다.

올해의 근심들을 저 강물에 던져버리고, 새해에는 다시금 긍정적으로, 적극적으로 살아보렵니다.

여전히 꿈을 꾸며, 꿈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려 합니다.

이兄, 병상에 계신 데도 이런 사치스러운 이야기를 늘어놓았으니 용서하십시오.

뵌 지도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총무를 맡았을 땐 귀찮게 느끼셨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새해엔 우리 꼭 한 번 만납시다.

저도 이제 교회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새해, 제게도 그분의 보살핌이 함께하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영하 13도. 코끝이 빨갛게 물든 채 남산을 오릅니다.

운동 삼아 오르라면 꾀가 나겠지만, 일터로 향하는 길이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이 현장도 크리스마스 전에 마무리됩니다.

작은 산새 소리가 이兄을 떠올리게 합니다.

정겹습니다.

새해엔 꼭 건강 회복하시고,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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