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직장생활

by Pelex

호주 사업에 투자했던 돈이 사기로 날아간 뒤, 긴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렵고,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동창회를 비롯한 모든 모임을 끊어버리고, 이름 없는 작은 회사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억척같은 아내 덕분에 아직은 버틸 만합니다.

참,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애써 달려왔지만, 이제는 그 꿈조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말없이 버텨보려 했지만, 매일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어느 과장의 히스테리는 나를 미치게 합니다.

협력업체에 큰 소리, 욕설, 비아냥… 제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함부로 말하는지.

나만 피하면 되지, 자위해 보지만 그게 쉬운 가요.

더 당황스러운 건, 70 넘은 어르신도, 50 넘은 상무도 그 과장에게 아무 말 못 한다는 겁니다.

직급도 나이도 통하지 않지요. 오직 사장과 전무에게만 연결된 실세일 뿐.

어제는 결국 부딪쳤습니다.

교육 대행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난데없는 수모를 당하고, 결국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물러서야 했습니다.

이 나이에, 수십 년을 일해왔건만…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참을 줄 아는 것도 다행이지요. 그동안 더 힘든 일도 견뎠으니까요.

성당에 나간 지 10개월, 세례 받은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죄짓지 않으려 애쓰고, 마음을 수양하려 노력합니다.

결국 모든 건 제 탓이겠지요.

그래도 생각합니다.

‘노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산이나 도서관에 다니며 보내는 것보다 이게 낫다.

집에 관리비를 보태고, 아이들 용돈 주고, 늙으신 어머니께 용돈 드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참으면 되는 것을 괜한 투정을 했습니다.

그만두라 할 때까지는 묵묵히 다녀야지요.

오늘도 조용히 읊조려 봅니다.


나이 듦의 처세

설치지 말고,

성내지 말고,

알고도 모르는 척.

미운 소리, 군소리,

헐뜯는 소리 하지 말고 어수룩하소.

옛날이야기 잊고,

잘난 체 말고,

감사함 잊지 말고,

언제나 고마워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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