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을 앞둔 늙은 감리원

by Pelex

J형,

며칠 밤을 뒤척이다가,

아내 보기가 쑥스러워

이렇게 용기를 내어

형에게 마지막 부탁을 드립니다.

00 대표님께

"1년만이라도 더 일할 수 있게 해 달라"라고

좋은 말로 한번 전해주시겠습니까.

이 현장 끝나면

○○동으로 간다고

아내, 친구들, 동기들에게

회사 자랑을 엄청나게 했었거든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동아줄을 잡았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어제도 아내는

회사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냈다고

감동하더군요.

그런데 이 난국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J형,

나는 형의 성실함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형처럼 해보려고 무던히 애썼지요.

출근은 9시까지인데,

형은 늘 7시에 나와 계셨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근면, 성실, 책임감.

형은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내세울 것도 없었지만

그저 형을 따라 하려 애쓰다 보니

반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어설프게나마 많이 배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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